이스라엘과 네덜란드가 A조 1위를 두고 격돌한다. '돌풍의 팀'과 '우승 후보'의 대결이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구경해야하는 참담한 상황이지만 이 경기 결과는 관심이 모인다.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8일 열린 대만과의 서울라운드 제2경기에서 6-5로 승리했다. 4-5로 뒤진 8회 말,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동점 적시타를 쳤고, 9회엔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A조는 2라운드 진출국이 확정됐다. 2연승을 거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한국은 WBC 참가 최초로 2경기만에 예선 탈락이 확정되는 수모를 당했다. 9일 열리는 대만전에서도 패하면 다음 대회 참가를 위해 예선부터 치러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아직 규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선 직행권은 없어질 게 분명하다.
야구가 '메이저 스포츠'인 동아시아 국가 두 팀이 망신을 당했다. 대신 신흥 강호에서 대회 우승을 넘보는 팀으로 성장한 네덜란드, 탄탄한 전력뿐 아니라 유대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스토리텔링'까지 있는 이스라엘이 조 1위를 두고 격돌한다.
이 경기 결과는 의미가 크다. 조 1위로 올라가게 되면 B조 1위가 유력한 일본과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만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일본은 전력도 탄탄하지만 2라운드 개최국이다. 이점이 많다. 첫 경기 승패 여부는 다음 라운드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도 이스라엘에게 일격을 당한 뒤 커진 부담감을 안고 네덜란드를 만났다. 전력도 뒤졌지만 압박도 컸다.
승부는 예측불가다. 전력은 네덜란드가 앞선다. 메이저리거 젠더 보가츠, 안드렐톤 시몬스, 디디 그레고리우스, 주릭슨 프로파스 등 메이저리거가 즐비하다. 이들은 한국전에서 명성대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센코 리카르도, 란돌프 오뒤르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시몬스와 프로파스가 지키는 내야 센터라인은 한국 타자들에게 통곡의 벽.
이스라엘은 팀 분위기가 좋다. 2006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과 비슷하다. 야구 변방 국가로 여겨졌지만 전통적인 강팀을 차례로 눌렀다. 이미 한국전 2-1 승리 뒤 해외 외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주축 선수 아이크 데이비스는 "야구로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에게 힘이 되겠다"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전력은 네덜란드에 뒤지고 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8일 대만전을 앞우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몬스는 "일단 대만전에 집중하겠다. 2승을 하면 나머지 경기는 상대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대표팀 감독은 "2라운드 운용 계획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1라운드 통과에 집중할 것이다"고 했다. 선발 투수는 한국전에 선발 등판한 제이슨 마르키스를 내보낸다. 필승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