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에이프로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강정호는 지난 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판결에 이의가 있을 경우 선고 후 일주일 내로 신청하면 된다.
예상을 깬 결과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혈중 알코올 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검찰은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를 했지만 법원은 '사안이 중하다'는 판단으로 강정호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강정호는 이미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음주 교통사고를 낸 전력이 있다. 이번 사고로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 상태다.
조광국 판사는 "사고 직후 차가 정지되지 않고 가드레일을 파손한 된 파편이 도로에 떨어져 위험했음에도 피고인이 별다른 처치 없이 사고현장을 이탈했다. 귀책이 가볍지 않다"며 "앞서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는 점. 벌금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모두 합의해 집행유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1심 재판 후 항소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비자 발급이 우선이었다. 강정호는 정식 재판이 진행되면서 미국으로 출국하지 못했다. 강정호 측은 당초 사건이 약식기소로 끝날 줄 알고 미국 대사관에 취업비자를 신청했다. 하지만 정식 재판에 회부되면서 비자 발급이 취소됐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면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발이 묶였다.
이재경 변호사 겸 건국대 교수는 "항소심은 최대 6개월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승부조작(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태양(전 NC)은 지난해 8월 30일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2월 16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징역 10월·집행유예 2년) 유지 판결을 받았다. 약 6개월이 걸렸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을 준비하면서 1심에서 조사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를 준비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2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인 김선웅 변호사는 "(항소심은) 한 두 달 안에도 끝날 수 있다. 길어도 3개월 정도 예상할 수 있다"며 "벌금형으로 낮추기 위해 항소를 택한 것으로 본다. 집행유예는 기간 동안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실형을 살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형사재판은 당사자가 출석해야 한다. 이재경 변호사는 "당사자가 빠진 궐석재판은 중병을 제외한 극히 예외적인 사항만 인정된다"며 "미국을 오가면서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가 있을 것 같다. 비자 발급에서 중요한 건 미국에서 신원을 보장해주는 사람인데, 이 부분에 관해 당국과 구단이 얘기가 된 후 항소심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재판과 별개로 2017시즌 준비가 한창이다. 2월 15일 투수와 포수가 스프링캠프를 시작했고, 18일부터 야수가 합류한 풀스쿼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4월 4일 개막전(보스턴 원정)까지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 강정호의 정확한 팀 합류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