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의혹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은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는 새로운 쟁점을 제시했다.
5일 오후 5시 2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조영남의 네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미 여러차례 심리가 이뤄졌지만 재판부가 변경된 후 첫 심리였다. 선례가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판결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다음 공판 때 미술계 전문가와 대작작가를 불러 심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판은 선고를 앞두고 판사가 바뀌었다. 게다가 선례가 전혀 없다. 바뀐 재판부는 혐의를 입증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선언했다. 대법원까지 갈 사안이니 1심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재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상태. 검찰과 조영남 측은 여전히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었다.
공판 후 조영남은 "사건을 다시 재판 받는 기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하 조영남과 변호인의 일문일답.
- 이번 공판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조영남 "조수 쓴 것에 대해 얘기했고, 사기에 고의가 있었는지 얘기했다. 법원 측이 꼼꼼하게 재판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다시 대작작가 A씨와 B씨를 불러 심문하는게 어떻겠냐해서 동의 했다."
- 무죄 입장엔 변함이 없나.
변호사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기의 기망에 고의가 없었다. 고지해 줄 의무도 없다."
- 검찰 측에선 어떤 주장을 했나.
변호사 "검찰은 기존 주장 그대로 조수가 그린 걸 팔때 고지할 의무가 있어서 사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이 조수들에게 있거다 공동으로 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피고인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 무죄를 확신하나.
변호사 "확신이 있다. 저작권으로 다투는 경우는 다수 있지만 OECD 국가 중에 미술품에 그린 것과 관련해 사기죄로 내려진 선례가 없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변호사 "재판부에서 증인을 많이 신청했다. 첫 번째 증인은 A씨와 B씨이고, 두 번째 증인은 검찰 측과 우리 측에서 섭외한 전문가 각각 1명과 미술품 판매 경로를 검증하기 위한 갤러리 전문가, 그리고 피고인 심문까지 신청했다. 1심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재판관 바뀌고 처음 열린 변론기일이다. 어떤 심정인가.
조영남 "검사 측이 말할 때 어이가 없었다. 내가 모든 행위를 의도를 가지고 그림을 판 것처럼 얘기해서 어이가 없었다."
- 최근 근황은. 조영남 "바쁠 때는 조수를 쓰면서 작업을 했는데 이제 직접 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굉장히 좋다."
- 그림 그릴 때 작업 방식을 변경할 의향이 있나. 조영남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다. 화투 그리다가 내 인생 다 간다. 조수를 써야한다. 그래야 미대 출신에게도 일자리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 페이도 올려줄 의향이 있나. 조영남 "그동안 페이는 정확하게 했다. 대작작가 B씨에게 물어보면 알거다. 몇 시간 그리면 합계해서 정확하게 줬다. A씨와는 페이 이야기기를 나눈 적이 없다."
-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화가 이름을 조영남이 아니라 공동 작가로 할 생각은 없나. "유치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소비자들이 감안해서 살 것 같다. 오히려 편하게 됐다."
- 재판부는 저작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판이 반전되는 양상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변호사 "재판부는 고지의 의무 범위를 판단할 때 저작권과 그림의 유형에 따라 고지할 의무가 달라진다고 봤다. 이를 4가지 유형별로 나눴고, 검찰에게 유형별로 반박 의견을 제출하라고 이야기했다. 저작권과 고지의 의무가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게 됐다."
- 차후 재판에서 증인을 채택해야하는데 염두에 두고 있는 전문가가 있는지. 조영남 "진중헌 교수가 처음부터 두둔해 주셨다. 반희정 평론가도 있다. 두 분 중에 한분이 나오셨으면 한다. 화가도 주변에 있다."
- A씨과 화해를 했나. 조영남 "이 사건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 앞으로도 만날 의향이 없나. 오해가 쌓인 것 같은데. 조영남 "후배고 그림 그리는 동생인데 나쁘게 얘기할 것 같다. 재판 끝나고 이야기 하겠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영남 "이 일이 저로하여금 '그림을 끝까지 그려라'라는 교훈을 줬다. 사건으로 인해서 대한민국 현대 미술이 살아있다는 것과 내가 그림 그리고 있다는 것도 알리게 됐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진중하게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서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