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씨티은행이 고객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해킹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 직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지점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반발을 자초했다.
금감원 경고에도 금융 사고… 후속 조치도 없어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8~9일 주말 동안 태국 씨티은행 지점에서 고객 28명의 계좌에서 불법 인출이 이뤄진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편의점과 할인 마트에 설치된 청호이지캐쉬 ATM(현금자동입출금기) 60여 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카드 정보가 대거 유출됐다. 범죄자들은 당시 빼낸 정보를 이용해 태국에서 씨티은행 고객 28명의 돈을 훔쳐 갔다.
금융감독원은 사전에 해당 ATM의 악성코드 감염 사실을 파악하고 씨티은행을 포함한 35개 은행·카드사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씨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들은 모두 해외 ATM에서 인출 신청이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해당 고객에게 연락을 취해 본인이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조치를 취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씨티은행이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응대 가이드라인을 지점에 내려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해킹 사고로 '눈 뜨고 코 베인' 데 이어 사후 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씨티은행 내부 직원은 "경영진이 아직도 영업점에 대응 방안 등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있다"며 "지점으로 해킹 사실에 대한 다양한 문의 전화가 오고 있지만 본점의 공식 코멘트가 없어 직원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은행의 안일한 대처로 추후에는 더욱 큰 금융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카드는 해외 체류 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이용을 막아 버리면 선량한 고객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고려해 카드 사용 정지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이번주 내로 모두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점 통폐합에 직원들 반발… 노조 1인 시위 시작씨티은행은 최근 지점 통폐합에 따른 노사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출장소를 포함해 전국 126개의 지점 중 25개만 남기고 101개 지점(80%)을 모두 폐점할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그룹 영업점 운용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지점 통폐합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일반적인 영업 지점은 서울 7개, 경기·대전·광주 7개 등 14개로 대폭 축소된다.
나머지는 지점 대형화 전략의 일환으로 씨티은행이 지난 2015년부터 앞세워 왔던 자산관리(WM)센터와 여신센터 중심으로 꾸려지게 된다.
문제는 통폐합 후 직원들에 대한 계획이다. 씨티은행은 남게 되는 직원들을 콜센터 업무에 대거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지난 4일 '소비자금융그룹 잡페어'를 열고 영업점 직원들에게 콜센터 업무로 알려진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에 대한 직무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직원들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력 20~30년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콜센터 업무를 하게 되는 계획"이라며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가 직원들이 만족하는 업무였으면 이미 은행 내에서 (좋은 업무로) 소문이 파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단순 콜센터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점 통합으로 가용한 인력은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 이외에도 WM센터·여신영업센터 등에 배치된다"며 "단순히 전화를 받는 콜센터 업무가 아니고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상담을 해 주는 업무로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측은 이날부터 제주 지점을 시작으로 폐점을 앞두고 있는 영업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조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