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끝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2차전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기를 본 이들이 남긴 댓글이다. 백지선(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날 경기에서 강호 카자흐스탄에 5-2(1-1, 0-1, 4-0)의 극적 역전승을 거뒀다.
팬들의 극찬이 쏟아진 이유가 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그동안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절대 열세에 처해 있었다. 1995년 아시안컵에서의 첫 대결에서 1-5로 진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번 맞대결을 펼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17 동계아시안게임 때는 카자흐스탄이 23세 이하의 유망주를 주축으로 하는 2군을 내보냈음에도 0-4 완패를 당했다. 전적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회에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귀화 선수 5명을 포함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선 카자흐스탄에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실제로 한국은 1피리어드 8분1초 만에 NHL 출신 귀화 선수 나이젤 도스(32)와 브랜든 보첸스키(35)의 콤비 플레이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 갔다. 안진휘(26·안양 한라)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2피리어드에 다시 골을 내줘 패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3피리어드에만 4골을 몰아치는 저력으로 보란 듯이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만들었다. 4월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은 수비수 알렉스 플란트(28·안양 한라)가 2골 1어시스트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을 벗어나지 못했던 아이스하키가 일군 승리, 그것도 이제껏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극적 역전승으로 물리친 백지선팀의 드라마는 새벽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그뿐이 아니다. '백지선 매직'은 그동안 한국에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1부리그 진입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한국은 카자흐스탄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총 6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상위 2개 국에 들 경우 2018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 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1부리그)으로 승격할 수 있다. '백지선 매직'을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일궈낸 '히딩크 매직'에 겹쳐 보고 있는 이유다.
백 감독은 "정말로 대단한 경기였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카자흐스탄과 같은 강팀과 더 많은 경기를 치를수록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경기에서 승점 2점을 챙긴 데다 막강한 우승후보 카자흐스탄까지 꺾은 한국은 25일 오후 11시 헝가리를 상대로 다시 한 번 기적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