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미는 힘만큼이나 앞에서 끄는 힘도 강하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조명받는 LG는 베테랑 야수들의 존재감도 결코 작지 않다.
LG는 지난주까지 치른 32경기에서 20승 12패를 기록했다. 리그 3위다. 지난주 6경기에선 5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꺼운 선수층이 돋보였다. 야수진에선 외야수 이형종, 내야수 양석환 등 성장세를 보인 젊은 선수들이 공격을 이끌었다. 차우찬이 가세한 선발진은 예상대로 견고했고, 마무리 투수 임정우의 부상 공백은 신정락, 정찬헌, 최동환 등 다른 불펜 투수들이 돌아가며 막고 있다.
시즌 초반엔 존재감이 미미했던 베테랑 야수들도 살아나고 있다. 4월까지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가린 게 사실이다. 특히 2009년 이후 8년 만에 '어린이 날 3연전'을 스윕한 지난 주말 3연전에선 '형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정성훈(37)은 1, 2차전 결승타의 주인공이다. 1차전에선 0-0이던 6회초 1사에서 상대 선발 장원준으로부터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3-1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1-1이던 4회초 무사 2루에서 균형을 깨는 적시타를 쳤다. 24경기에서 타율 0.291로 상대적으로 적은 출전 기회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유지 중이다. 해결사 능력을 보여준 만큼 중요한 순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박용택(38)도 정상 궤도에 진입할 태세다. 4월 중순 만난 박용택은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4월까지 출전한 24경기에서 타율 0.278에 그쳤다. 지난 시즌 0.346를 기록하며 타격 부문 5위에 오른 선수다. 앞 자리 숫자 '2'는 박용택에게 걸맞지 않는다.
하지만 5월 첫 5경기에서 멀티 히트 3번을 기록하며 반등 계기를 맞았다. 7일 두산전 3차전에선 2안타를 치며 홀로 6타점을 기록하며 10-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양상문 감독은 최근 6경기에서 2안타에 그친 이형종 대신 박용택을 1번 타자로 기용했다. 이형종의 기복은 예상 가능했다. 대처가 중요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에게 공격 선봉장 역할을 맡겼고, 이 변화가 통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감에 시달리던 외야수 김용의(33)도 지난해 후반기 팀 공격을 이끌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2번 타자로 나서기 시작한 4월 26일 SK전부터 11경기에서 5번이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밖에 주전 2루수 손주인(34)은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하며 하위 타선에 무게감을 더한다. 포수 정상호(35)는 본래 임무인 투수 리드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주 선발 출장한 3경기에서 11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젊은 패기만으로는 강팀이 되기 힘들다. 베테랑의 노련미가 부족한 점을 채워줘야 안정적인 전력 구축이 가능하다. 새 얼굴은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베테랑은 든든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LG가 순항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