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 힘겨운 시절을 보냈던 울산 현대가 5월 들어 완벽한 반전을 일굴 수 있었던 하나의 힘이다. 1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울산과 전북 현대의 '현대 家' 더비가 열렸다. 양 팀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자 김도훈(47) 울산 감독과 최강희(58) 전북 감독은 "승점 1점은 두 팀 모두에 불만족스러운 결과"라며 입맛을 다셨다.
이런 치열함과 함께 팬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경기 외적인 부분도 있었다. 바로 김광국(50) 울산 단장과 경기 홍보 포스터였다.
김 단장은 이날 울산 유니폼을 입고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이 장면이 방송 중계에 잡히면서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손뼉을 치고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누가 봐도 열혈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2015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부임한 김 단장은 현대중공업 베테랑 홍보맨 출신이다. "스포츠는 팬을 위해 존재한다. 축구장에 오는 모든 팬은 즐겁고 신나야 한다. 우승 역시 팬의 기쁨을 위해 이뤄야 하는 것"이라는 모토가 있는 그는 울산의 '팬 퍼스트' 축구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폼' 나는 넥타이 대신 울산 유니폼을 입고,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버스킹 공연을 여는 등 문화 행사에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장의 소신 덕분일까. 울산은 올 시즌 내내 세련된 경기 홍보 포스터로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번 전북전에 등장한 '다이노소울은 단지 화석일 뿐(The Dinosoul . It's Just A Fossil)'이라는 내용의 포스터는 여느 블록버스터급 영화 포스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동료와 함께 외국 디자이너인 Mostaf씨의 작품을 허락을 받아 재구성해 만든 이 포스터는 전북이 U-20 월드컵 때문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주종합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잠시 옮긴 데서 착안돼 만들어졌다. 전주종합경기장은 전북의 전신인 전북 현대 다이노스의 홈이었다. 강인한 쇠붙이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이미 화석이 된 공룡을 잡아먹는 장면은 젊은 팬들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울산 관계자는 "단장님께서 창의적인 홍보를 장려한다. 그래서인지 디자이너도 더 많은 신경을 써 주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 단장은 "젊은 감각의 포스터나 SNS 등을 활용한 홍보 방식은 나보다 어린 직원들이 더 잘한다.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며 독려를 하고 나 역시 하나하나 챙겨 보고 있다"며 "이번 포스터 역시 직원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