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올해도' 칸으로 향한다. 단순히 칸영화제를 이용했던 지난해와는 사정이 다르다. 트로피까지 거머쥘 수 있는 주인공 자격이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70th Cannes Film Festival)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하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칸영화제를 찾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에 다시 한 번 관심과 시선이 따라붙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올해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 두 편이 이례적으로 동시 초청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칸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김민희는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로 칸을 찾는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난해 전혀 다른 위치와 전혀 다른 이유로 칸을 방문해 취재진들을 기함하게 만들었다. 김민희는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여주인공으로 레드카펫을 밟았지만, 홍상수 감독은 출품한 작품이 모두 탈락하면서 영화 촬영을 빌미로 칸에 모습을 보였다.
당시에는 불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터라 보도 뉘앙스는 다르게 나갔지만 이미 영화계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사실. 때문에 '아가씨' 공식일정을 소화하면서 홍상수 감독 영화 촬영을 소화하는 김민희의 대범함은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1년 전 눈치보며 찍은 작품 '클레어의 카메라'를 통해 보란듯이 칸의 초청을 받아내며 짜릿함을 맛 봤다. 물론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이후 한국에서 촬영한 '그 후'가 선정됐지만, '클레어의 카메라' 역시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을 통해 상영되는 기회를 얻었다.
칸영화제 사무국 측에 따르면 '클레어의 카메라'는 21일 오후 7시15분 브뉘엘 극장에서, '그 후'는 22일 오후 4시30분 르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다. 홍상수 감독의 20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러닝타임은 69분이며,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는 92분이다.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그 후'는 아름(김민희)이 작은 출판사에 첫 출근한 날 벌어진 이야기를 담는다. 아름의 상사 봉완(권해효)은 이전에 그 곳에서 일했던 여성을 사랑했지만 최근 헤어졌다. 결혼한 봉완은 오늘도 어두운 아침 집을 비우고 일하기 위해 출발한다. 하지만 떠난 여자의 추억이 그에게 달려들고 그는 힘들어 한다. 그 날 봉완의 아내는 봉완이 쓴 사랑의 메모를 발견, 사무실에 뛰쳐들고 그 여성을 아름으로 착각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 영화제에 출장갈 때 정직하지 않은 것으로 비난받고 해고 당하는 만희(김민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클레어라는 선생님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만희를 알게되고 그녀와 공감한다. 클레어는 신비한 해변 터널의 힘을 통해 가능한 미래 또는 과거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사진 촬영을 통해 클레어는 사물을 천천히 바라보고 변형시키는 능력을 습득했다. 클레어는 만희와 함께 그녀가 해고당한 카페로 간다. 우리는 직장에서 클레어의 힘을 보기를 고대한다.
공식적으로 만남을 인정하지 않고 참석했던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커플링 낀 손을 맞잡고 레드카펫을 걷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다. 이번에는 다른 배우들도 함께 레드카펫을 걷겠지만, 베를린 때보다 더 다정한 투샷을 보일 수도 있다.
또 여우주연상 영예를 얻은 베를린에 이어 칸에서도 수상 가능성은 있다. '그 후'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만큼 작품과 감독, 출연 배우들은 폐막식 당일 진행되는 시상식 각 부문 후보에 자동 노미네이트 됐다. 다만 올해 심사위원 중에는 박찬욱 감독이 포함되며서 박찬욱 감독 역시 1년 만에 다시 칸영화제에 참석, 이들의 영화을 직접 심사한다. 얄궂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불륜인정 후 다시 자취를 감춘 이들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하다. 칸의 무대에서는 또 어떤 놀라운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