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성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 주목받기 마련이다. 180cm에 못 미치는 키로 한국 패션계를 주름잡으며 톱모델로 발돋움 했던 배정남(35)이 약 10년 뒤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하늘이 내려 준 기회"라 표현할 만큼 배정남의 배우 인생은 영화 '보안관(김형주 감독)' 전·후로 나뉠 전망. 홍보 차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를 통해 입담까지 터뜨린 그는 '제2의 배정남 전성기'를 알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부모님의 이혼, 믿었던 매니저의 사기, 친한 동료의 죽음은 배정남을 무너지게 만들기 충분했지만 그 때마다 긍정의 마인드로 버텨냈고 드디어 빛을 발할 운명의 시기를 맞았다.
패션계·연예계를 넘나드는 인맥은 배정남의 자랑이자 보물. 강동원의 오랜 절친으로만 언급되던 그는 배우 배정남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美)친 행보를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연예계 데뷔가 독특하다.
"부산 옷가게에서 일하고 있을 때 제의가 들어왔다. '마스크 괜찮은 것 같다'고 했는데 난 처음에 안 한다고 했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친한 형들이 '한 번 해 봐라'라고 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내가 할머니 손에 컸다. 기억도 없을 나이 부모님이 이혼 하셨다. 할머니 손에 자라다가 친척집 두 세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할머니와 살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아빠와 1년 정도 같이 살긴 했는데 잠깐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사실상 하숙 생활을 한 것이고 중학교 때는 거의 혼자 있었다. 못 먹어 체력이 약한 것 같다. 그래서 키도 안 큰 것 같고.(웃음) 누군가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옷에 관심은 많았으니까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도전하게 됐다."
- 그 회사가 강동원이 있었던 회사인가.
"맞다. '더 맨'이라고 강동원·이천희·임주환 등과 한솥밥을 먹었다. 나 빼고 전부 쭉쭉 뻗은 꽃미남이었다.(웃음) 6명이 같이 프로필 사진을 찍는데 나만 동동 뜨더라. 15년 정도 전이니까 그 때 모델은 무조건 키가 중요했다. 오디션을 보기도 전에 '됐다'고 거절을 당했으니까. 매력이 없어도 키만 크면 됐다. 그들에게 나는 '안 되는 놈'이더라.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 언제 기회를 얻었나.
"한 번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도저히 그대로 포기가 안 되더라. 그래서 '제대로 한 번 보여주자'는 마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그 때 쇼가 하나 잡혔다. 송재효 선생님 쇼였는데 당시 가장 큰 쇼이기도 했다. 워킹조차 제대로 배워 본 적 없는 나에게 선생님이 '네 마음대로 걸어라' 하셨다. 내 위에 머리 하나 더 있는 친구들과 같이 걸었다. 근데 그 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신선함과 독특함이 통했던 것 같다.
"'저거 뭐지? 일본 사람인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기회가 왔다. 그 땐 역할도 좀 컸다. 몇 초 안 되는 런웨이에서 날 보여줘야 했다. 엄청 연습했고 쪼매난 키에 몸매를 쫙 만들어 가니까 '우와~' 하면서 터지더라. 그 후 부터는 승승장구였다. 메인까지 섰으니까. 호빗적의 희망이었다. 하하."
- 정확히 키가 몇인가.
"177cm다. 키는 안 속인다. 근데 사람들이 더 작게 보더라. 태어나서 깔창 한 번 끼워본 적 없다. 자존심이다. 그렇게 커 보이는 것은 싫다. 진짜 내 키가 아니지 않나."
- 톱모델로 활동하다가 연기에 도전했다.
"뭐 연기라고 하기에도 쑥스럽다. 병풍이었다. 검증된 것이 없으니까. 드라마 '피아노'에 캐스팅 된 것이 첫 시작이었던 것 같다. "
- 모델 이미지를 살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기를 할 땐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델 이미지는 폭이 좁고 한정적이지 않나. 런웨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연기할 때도 이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더라. 못생기게 나오고 싶었고 나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고 싶었다. 반반한 모델보다 촌스러운 느낌을 더 뽐내고 싶었다."
-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영화 '가면무도회'라고 아마 다들 잘 모를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영화가 한 편 있다. 하하. 2010년에 나온 작품인데 미장센 단편영화제 최종까지 갔다. 내 주연작이기도 하다. 캐릭터부터 강했다. 원래는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할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장해서 몸 파는 역할이었다. 본 사람들은 학을 떼더라. 나인 줄 못 알아본 사람들도 많다. 예쁜 여장도 아니었고 빨간색 망사 스타킹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 작품을 하고 나니까 더 이상 못 할 것은 없겠더라. 제일 끝을 가 봤다."
- 나이가 들면 드는대로 세련된 이미지가 있다. 모델과 연기 활동은 병행할 생각인가.
"연기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같이 하고 싶다.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