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와 FC네트워크(FCN) 유착 관계에는 '현대가(家)의 거물'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FCN은 현대그룹 광고대행사였던 예전 금강기획 스포츠사업부 소속 직원들이 2000년 설립한 스포츠 마케팅 회사다. 그런데 이 신생 업체는 회사를 세우자마자 메이저 업체들을 제치고 KFA의 거대한 계약을 독점했다.
일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FCN의 뒤를 봐주는 '현대가의 거물'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난무했다. 그게 18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간스포츠가 심층 취재한 결과, 그 중심 인물은 채수삼(74)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채 회장은 현대그룹 주요 요직을 거친 거물이다. 1968년 현대건설 사원으로 출발해 현대건설 부사장, 금강기획 사장 등을 역임했다.
FCN은 사실상 채 회장의 소유라는 게 이 업계에 퍼져 있는 정설이기도 하다. 'FCN에 가 본 적도 없다'며 선을 그은 채 회장. 그랬던 그가 2016년 8월 당당히 FCN 사내이사로 취임을 했고 등록도 마친 사실이 일간스포츠에 포착됐다.
이 때문에 12년 전 채 회장의 행동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서울신문 사장이었던 시절 2005년 국정감사에서 'KFA와 FCN의 유착 관계'가 의심을 받자 이를 비호하려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안민석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광철 전 의원(열린우리당 소속)이 국정감사에서 KFA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핵심은 KFA와 FCN의 유착이었다.
특히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FCN과 채 회장의 관계도 세상에 공개됐다. 또 FCN 설립 당시 KFA 노흥섭 전무와 김정만 사업국장이 이 회사 이사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FA가 스폰서 대행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고 대행사에 관계한 직원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안 의원은 국감 자료에서 "FCN 주식을 KFA 임직원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스폰서십 권리를 몰아줘 FCN 매출을 올리고 차명주식을 통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국감 때 FCN의 실소유주도 공개됐다. 안 의원실이 공개한 FCN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채 회장이 대표로 있는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가 30%로 1대 주주였다. 현 대표인 황정우 대표는 9.27%에 불과했다. 채 회장이 FCN 실질적인 주인이었던 것이다.
채 회장은 2005년 서울신문 사장으로 재직 중일 때 FCN을 비호하기 위한 조치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채 회장과 FCN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다.
국감이 열리기 전 채 회장은 서울신문 체육부 기자에게 "후배(황정우)가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하니 얘기를 들어줘라"고 지시했다. 채 사장이 편집국 기자를 통해 FCN '민원'을 처리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신문 A기자는 "채 사장과 통화 직후 FCN 황정우 대표가 편집국으로 찾아와 '안민석, 이광철 의원 쪽이 국감장에서 우리 회사를 거론할 것으로 보이니 이름이 안 나오게 해 달라'고 말했다"며 "다음 날 국감장에서 채 사장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채 사장은 우리 회사에 관여도 별로 안 하는데 마침 서울신문사 앞을 지날 일이 있어서 들린 것"이라며 "기사가 나오면 안 된다거나 빼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A기자는 "기사에 FCN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반박했다는 게 이 매체의 기사 전문이다.
채 사장은 당시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FCN의 비호 시도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황 대표에게 기자를 소개해 줬으나 왜 내가 그 회사(FCN)에 지분을 투자했는지 등은 황 대표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라며 "그 회사에 가 본 적도 없는데 마치 큰일인 것마냥 색안경을 쓰고 (기자 소개가) 적절한 것인지 묻는 건 불쾌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신문에서 근무한 한 기자는 지난 5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채 사장은 원래 광고를 하다 온 사람이고 현대가 사람이다 보니 언론인은 아니었다"며 "언론사 사장 직함을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의 도구로 사용해 왔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채 회장의 과거 'FCN 비호'는 의도된 행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KFA와 FCN 의혹도 말끔히 해소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