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터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한국 체육계를 얼어붙게 만든 두 명의 이름이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KFA)와 FC네트워트(FCN)의 '적폐'가 다시 한 번 드러날 기회를 묻어 버린 이름이기도 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그의 딸인 정유라의 부정 입학 논란 등으로 체육계는 부패 집단으로 낙인 찍혔고 재벌계 못지않은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체육 공약으로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과 '체육 단체 자율성 보장'을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체육계가 공정성을 확보하고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썩은 부분을 뿌리 뽑고 잘라 내는 '자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KFA와 FCN의 유착 관계 역시 적폐 청산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최상의 기관으로 가장 공정해야 할 KFA는 사조직화 및 구성원의 비리 문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숱하게 구설수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적폐의 대표적 사례인 '일감 몰아주기'는 일찍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KFA의 사업 대부분을 현대그룹 광고대행사였던 금강기획 출신들이 만든 FCN에 독점 수준으로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채수삼·KFA·FCN 현대가 커넥션 의혹 업계 관계자들은 신생 업체인 FCN이 2000년 설립과 동시에 KFA라는 거대한 클라이언트를 독점하고 지금까지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이유로 '현대가'라는 연결 고리를 들었다. KFA 입찰에 참여하려던 한 스포츠 마케팅사의 관계자는 "KFA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고 있다. 너무도 단단하다. 그 어떤 업체가 와도 그 카르텔은 무너뜨릴 수 없다"고 본지에 제보하기도 했다.
현대가 출신에게 후한 모습은 이전 본지가 보도한 낫소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9년 동안 경기구를 공급한 낫소에 대해서는 '왜 한 업체와만 계약을 하느냐, 특수 관계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며 재계약 금액을 터무니없이 높게 불러 계약을 파기하려 했다. 하지만 18년째 함께하고 있는 FCN은 어떤 의혹이 제기돼도 굳건히 지켜 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의원 의원실에서는 "2016년 KFA와 FCN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을 풀고자 다시 조사해 국정감사에 올릴 예정이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무산됐다. 그 시기에 마침 정유라 사태가 터지면서 뒤로 밀렸다는 후문이다. 체육계를 뒤덮은 정유라 사태 때문에 KFA와 FCN의 유착 관계도 묻힌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바뀌었고 새 정부의 수장인 문 대통령은 재벌 개혁과 적폐 청산을 기치로 삼고 있다. 최순실·정유라 사태에 묻혀 조용히 넘어갈 뻔했던 체육계 적폐 1순위 'KFA와 FCN 허니문'의 앞날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