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꼬리표는 떼어냈지만 주전이 보장되진 않았다. 지난해 대기만성형으로 재조명 받은 선수들이 올해는 눈에 띄지 않는다.
SK 정의윤과 두산 오재일은 2016년 나란히 27홈런을 기록했다. 이 부문 리그 8위에 올랐다. 스타 플레이어 이승엽(삼성), 황재균(전 롯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홈런·타점·득점·출전 경기수까지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2005년에 데뷔한 두 선수는 이후 10년 동안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오재일은 뛰어난 체격 조건과 힘은 인정받았지만 콘택트 능력이 떨어졌다. 정의윤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한 때 LG의 4번 타자로 기대받고 기회를 얻었지만 잡지 못했다.
뒤늦게 잠재력을 드러냈다. 정의윤은 2015년 7월, SK 이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잠실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홈구장을 쓰면서 장타 생산이 잦아졌다. 그해에만 14홈런을 쳤고, 2016시즌엔 팀의 4번 타자로 도약했다. 오재일도 타격에 눈을 떴다. 지난해 전반기에만 타율 0.351·9홈런을 기록했다. 중심 타선에 포진됐고 두산 화력 증대에 기여했다. 두산은 팀 홈런(183개)·장타율(0.473) 1위를 기록했다.
데뷔 12년 차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올해도 기대감을 모였다. 하지만 현재 두 선수는 주전으로 보기 어렵다. 정의윤은 지난주까지 팀이 치른 61경기 중 40경기(33선발)만 출전했다. 오재일은 59경기 중 50경기에 나섰지만 선발 출전은 38경기 뿐이다. 6월 들어 대타나 대수비 출장이 잦다.
성적은 부진하고 경쟁자들은 치고 올라왔다. 정의윤은 타율 0.230·4홈런에 그쳤다. 외야진엔 김동엽과 한동민이 급성장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명타자 고정 출장도 요원하다. 현재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서 번갈아 투입한다.
오재일도 상황은 같다. 지난주까지 출전한 50경기에서 타율 0.214에 그쳤다. 홈런도 5개 뿐이다. 컨디션이 좋은 외야수가 많다 보니 한 명은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가 많다. 외인 타자 닉 에반스가 1루수로 나서고 오재일은 벤치에서 대기한다. 13일 LG전에서 결승타를 치며 반등 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견고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타격감 회복이 먼저다.
롯데 김문호도 다시 경쟁 중이다. 그는 지난해 5월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하며 주전 좌익수를 꿰찼다. 타율 0.325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 초반에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율도 나쁘지 않다. 당시 0.305를 기록했다. 조원우 감독은 "이우민과 박헌도의 컨디션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김문호도 무난한 성적을 냈지만 다른 선수의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아직 확신을 주진 못했다.
지난해 삼성의 주전 2루수로 뛰던 백상원은 현재 2군에 있다.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던 kt 투수 주권도 1, 2군을 오간다.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인 LG 내외야진도 붙박이 주전은 오지환과 박용택 정도다.
선수들은 "최소 3년은 자리를 지켜야 '내가 주전이다'는 의식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김문호도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나는 아직 주전이 아니다. 반짝 활약으로 그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양상문 LG 감독은 시즌 초 "전년도에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먼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자리 경쟁은 이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