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계절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라면 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팔도비빔면의 독주 속에 다른 경쟁사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비빔면 1억 개' 도전에 나선 팔도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730억원 정도로 이 중 팔도는 '팔도비빔면'으로 매출 526억원을 올리며 점유율 72%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팔도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도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올 연초부터 비빔면 라인업을 발 빠르게 강화하며 독주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먼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팔도비빔면 1.2' 한정판을 지난 2월 새 단장해 선보였다. 전년 대비 한 달여 빠른 조치다.
팔도비빔면 1.2는 면과 액상 수프의 양을 각각 20%씩 늘린 제품이다. 올해는 비빔장 속 고추장을 순창고추장으로 바꾸고, 참기름 양을 늘려 고소한 맛을 더욱 강화했다.
팔도는 또 최근 신제품 '팔도 초계비빔면' 한정판도 선보였다. 여름철 인기인 '초계 국수'를 비빔면으로 변형한 제품이다.
이에 팔도는 총 7종(팔도비빔면, 팔도쫄비빔면, 팔도비빔면 1.2, 팔도 초계비빔면, 팔도비빔면 컵 2종, 팔도비빔면 치즈컵)의 제품군을 갖추게 됐다.
팔도는 올해 이들 제품을 앞세워 비빔면 1억 개 판매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팔도는 지난해 팔도비빔면 1.2 흥행으로 지난해 9000만 개에 달하는 비빔면 판매고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5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신장됐다. 덕분에 팔도는 전체 라면 시장에서 4위에 그치지만 유독 비빔면 시장에서는 30년째 최강자 자리를 지켜 오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이른 더위가 찾아온 지난달 말부터 '팔도비빔면' 번들(5개입) 구매 고객에게 비빔면 액상 수프 '팔도 만능비빔장'을 증정하는 판촉 행사도 진행,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 1억 개 판매를 자신했다.
오뚜기·농심·삼양 '이색 라면'으로 맞불
팔도비빔면을 잡으려는 오뚜기와 농심, 삼양식품의 경쟁도 뜨겁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오뚜기다. 지난해 '메밀비빔면'에 이어 올해는 '함흥비빔면'을 새롭게 선보였다. 국내 라면 중 가장 얇은 1㎜의 세면을 사용해 갈빗집 냉면처럼 가는 면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계절면이지만 초반 반응이 뜨거워 연 50억원 매출이 무난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오뚜기는 또 지난달 시원한 국물을 앞세운 '콩국수라면'도 내놨다. 매운 비빔면 일색인 다른 여름철 라면들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손이 많이 가는 콩국수를 간단한 조리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름철 시원하게 즐기는 진하고 고소한 '콩국수라면'을 새롭게 출시했다"며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맛있는 콩국수를 맛볼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면 업계 1위지만 사계절 중 유독 여름만큼은 팔도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농심은 팔도비빔면과 정면 승부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드레싱누들 프렌치 머스타드소스맛'으로 유럽풍 퓨전비빔면을 선보이고, 카레라이스 쌀면인 '커리 라면'도 출시했다.
여기에 지난 2월에는 35년 스테디셀러 '너구리'의 국물 없는 라면 버전인 '볶음너구리'도 선보였다. 초기 반응은 좋다. 출시 약 한 달 만에 출고가 기준 매출이 7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2015년 짜왕, 2016년 부대찌개면에 이어 올해 볶음너구리로 히트 행진을 이어 간다는 목표다.
삼양식품도 인기를 끈 불닭볶음면 라인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한정판으로 내놔 관심을 모았던 '쿨불닭볶음면'을 차갑게 먹을 수 있도록 개선한 '쿨불닭비빔면'을 선보였다. 또 커리불닭볶음면도 내놨다. 불닭볶음면 특유의 매운맛에 카레를 더해 '매운맛'으로 승부를 본다는 각오다.
한 업체 관계자는 "더 시원하고 고소하게 더위를 날리거나, 이열치열 매콤함 맛으로 승부수를 띄운 제품들이 올여름 라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비빔면과 콩국수, 볶음라면까지 소비자 선택의 몫은 늘었지만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