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도니돈까스'는 '정형돈 돈까스'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1년 중소 식품 업체 야미푸드가 정형돈과 손잡고 개발, TV 홈쇼핑에서 판매하면서 크게 히트를 쳤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불량 식품'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하던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에 주 재료인 등심의 함량 미달로 걸렸다. 야미푸드는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 제조 과정상의 문제라고 항변했지만 벌금형을 받았다. 물론 정형돈의 유명세 만큼이나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정형돈도 욕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후 회사는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다. 야미푸드는 사건 이후 3년 7개월 지난 요즘 부도 위기에까지 몰려 있다.
"부도 위기에 부동산·공장 처분"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일간스포츠에서 만난 손희영(63) 야미푸드 대표는 회사의 현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손 대표는 "도니도니돈까스를 믿고 투자했던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는 부동산과 공장을 매각해 부도만 막고 있다"며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들은 유지되고 있지만 당시 타격이 너무 커 현재 수준에서는 회사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니도니돈까스는 일명 '정형돈 돈까스'로 유명했다. 지난 2011년 야미푸드는 정형돈을 앞세워 통등심 돈까스를 내놨다. 홈쇼핑에서는 15회에 걸쳐 매진됐고 출시 1년 만에 1000만 인분 이상 팔렸다.
그랬던 도니도니돈까스가 이제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은 2013년 육 함량이 법정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부터다.
손 대표는 "도니도니돈까스를 처음 내놓은 것은 지난 2011년으로 출시 후 첫해인 2012년 매출이 360억원에 달했다"며 "이후 연간 매출 목표치를 500억원에 책정하고 상장회사로 거듭나려고 했으나 갑자기 검찰 수사가 들이닥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받은 2013년에는 매출이 260억원으로 줄었고 이후 2014년 200억원, 2015년 160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매출은 155억원, 당기순이익은 5억5000만원으로 간신히 이익은 냈지만 이마저도 부동산 처분에 따른 구멍 메우기 수준이라고 손 대표는 설명했다.
야미푸드는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자 도니도니돈까스의 초기 판매 호조로 2013년 초 100억원을 들여 지은 공장을 3개월 만에 팔아야 했다.
손 대표는 "공장은 물론이고 내부에 있는 새 기계들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처분했다"며 "당시 240여 명이던 직원들도 현재는 70명으로 3분의 2가 퇴사했다. 실적이 나지 않으니 제품도 다수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형돈 원망은 않는다"
야미푸드가 정형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 마케팅 회사에서 연예인과 함께 돼지고기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면서다.
손 대표는 "당시 현대홈쇼핑은 새로운 제품군을 찾고 있었고 한 마케팅 회사에서는 정형돈을 내세워 고기 제품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가장 믿음직한 업체로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던 야미푸드가 물망에 올랐고, 도니도니돈까스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야미푸드는 유명 인사의 이름을 앞세운 제품으로 기존에 주로 하던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 소비자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정형돈은 돈까스 소스 제작에 관여했다.
손 대표는 "정형돈도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인기가 계속 오르는 상태였는데 중소기업과 손잡고 좋은 제품 하나 만들면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손 대표는 "사건 당시 정형돈이 많이 괴로워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셀럽을 앞세운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정형돈 개인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정형돈에게 섭섭한 것은 전혀 없다"며 "사건이 정리된 후에 만나서 소주 두 번 정도 마셨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표적 수사 희생양"
손 대표는 3년이 지났지만 당시 일이 억울하단다. 당시 '불량식품' 등 4대 악 척결을 외치던 박근혜 정부가 본보기로 야미푸드를 표적 수사했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손 대표는 "돈까스를 만들 때는 고기에 빵가루를 묻히기 위해 달걀 등이 들어간 튀김 반죽도 들어가는데 검찰은 이를 전부 무시했다"며 "검찰이 공장 조사 때 제품 표면에 붙어 있는 빵가루와 반죽을 모두 떼고 고기를 손으로 짜는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이 때문에 고기 내에 있는 육즙도 함께 빠지면서 고기양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이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도니도니돈까스가 포장지에 돼지고기 함량을 72%라고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표기보다 16.2% 적다고 판단했다.
손 대표는 "보통 단속 기관에서 조사가 나오면 여러 가지 서류들을 검사해 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검토하지만 당시 검찰은 도니도니돈까스만 조사를 하고 갔다"며 "이는 명백하게 도니도니돈까스를 향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기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손 대표는 "새로운 돈까스 제품을 다시 만들고 싶다. 당시 사건을 통해서 빌미를 주는 경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며 "우리와 같은 중소 업체에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규정이 제대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은애 기자
<도니도니돈까스 사건 일지> 2011년 6월 28일 도니도니돈까스, 현대홈쇼핑서 첫 출시 2012년 8월 21일 도니도니돈까스 누적 판매량 500만 팩 돌파 2013년 5월 27일 검찰, 경기도 이천 야미푸드 공장 수사 2013년 6월 2일 검찰, 야미푸드 김모 대표 등 육 함량 미달 혐의로 불구속기소 2013년 6월 14일 정형돈 도니도니돈까스 책임 회피 논란 공식 사과 2013년 11월 14일 법원, 야미푸드 김모 대표 등 벌금형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