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 올해 대중문화계 핫 키워드는 단연 '프로듀스 101' 시즌2다.
지난해 아이오아이 데뷔 성공에 힘 입어 남자로 구성을 바꾼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는 모두가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비웃듯 성공했다. 시청률도 원년 시즌에 비해 두 배 이상 뛰었고 화제성은 더 대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11명의 연습생이 워너원(WANNA ONE)으로 데뷔조를 꾸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합숙 기간 제작진의 고압적인 태도와 PD의 개인적 성향으로 인한 편집, 마지막회 피말리는 시간끌기까지. 옳은 것보다 그른 게 더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개연성 없는 '막장드라마'를 보듯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6개월여간 '프로듀스 101' 시즌2를 이끈 안준영 PD는 '욕받이'였다. 온갖 잡음과 논란, 팬들의 등쌀에 시달려야했고 그가 침묵할수록 소문은 더 무성해졌다.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만난 안준영 PD는 그동안 논란에 대해 속시원히 밝혔다.
-프로그램 끝나고 어떻게 지내나. "많이 자고 먹으려고 한다. 휴가를 가야하는데 아직 (제작)정산이 안 돼 못 가고 있다."
-방송이 끝나니 어떤가. "그냥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101명 친구들과 정도 들었으니 아쉬운 점도 있다. 콘서트는 마지막날 가보려고 하는데 비표가 없다더라.(웃음)"
-제작 과정 모든 게 비밀이었다. 그렇게 해야했나. "제작진의 멘트 하나하나가 연습생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입을 열지 않았다. 방송 중간 여러 문의 전화가 왔는데 괜히 실수할까봐 무서웠다."
-첫 촬영을 20시간 이상 찍었다던데. "한 번에 끝내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101명 역량이 첫 공개되는 자리인데 며칠 나눠서 찍으면 나중에 하는 친구가 유리하지 않겠나. 촬영이 길어지다보니 하는 연습생들도 보는 우리도 심사하는 멘토들까지 모두 지쳤다."
-방송을 보면 101명의 말까지 다 듣던데 일일이 모니터링하나. "촬영하고 나면 101명의 오디오를 다 확인해서 스크립트를 작성한다. 한 연습생의 무대를 보고 100명이 멋있다고 해도 1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다른 소감을 찾아냈다. 그러다보니 작업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특정 인물의 리액션이 많았다. "오해가 있다. 방청객도 마찬가지로 리액션이 좋은 사람 위주로 잡지 않나. 101명의 음성이나 반응을 체크하다보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특정 인물들이 있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방송에 나갈 수 밖에 없다. 무대를 보고도 아무 반응 없는 사람의 리액션을 보여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겹치지 않는 인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방송 도중 소속사의 압력은 없었나. "생각보다 '우리 애 위주로 내보내달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행여 오해받을까 방송 중에는 아예 소속사와 접촉을 하지 않았다. '엠 카운트다운' 때문에 월·목요일에 매니저들이 상암동을 오는데 우연치 않게 매니저를 만났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달려들더라. 그 이후로 특히 월·목요일은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나중에 팬들이 무서워서 못 나갔지만….(웃음)"
-논란이 된 연습생들의 경우 어떤 식으로 하차시켰나. "소속사가 있는 연습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소속사 측에 얘길했고 나머진 소속사 측에서 정리한 후 우리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제작진과 연습생이 만나 논란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그 연습생의 과거와 인성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장서 경호원들의 과잉 제재가 논란이 됐다. "처음부터 카메라 반입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말도 안되는 부분에 숨기고 들어오더라.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처 하자고 했는데 가끔 열정이 넘치는 팬들을 상대하다보면 과할 때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찍는 것까진 좋은데 사진을 한 장당 몇 십만원에 사고 파니 더 문제였다. 스포일러는 어떻게든 안 퍼질 수가 없었다."
-결승 무대 커트라인이 22명서 20명으로 줄었다. "첫 시즌에 22명이 한 곡을 불렀다. 시즌2에서는 두 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1명씩 팀을 나누면 마치 그 한 팀이 데뷔 조로 비춰질까봐 애매했다. 22명보다 적거나 많은 숫자를 하려고 했고 너무 많아지는 것도 집중도가 낮아질 거 같아 2명을 줄였다."
-'1픽'이 아닌 '2픽'을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1명을 투표하는 건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인다. 긴장감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높일까 고민해 두 명을 투표하는 걸로 정했다. 아이돌 문화 중 '최애'(최우선으로 좋아하는 사람) '차애'(두 번째로 좋아하는 사람)가 있다고 들어 적용했다."
-순위 변동이 심할 것도 예상했나. "전혀 몰랐다. 극적인 효과를 위함이었는데 순위 변동이 심해져 제작진도 당황스러웠다."
-생방송의 4분할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많은 분들이 11등 공개나 4분할이 투표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투표에 크게 지장 받지 않는다. 시즌1때 11위만 공개했는데 그 때도 사실 네 명을 공개하려다가 하지 않아 원년 시즌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11·12·13·14위를 공개했다."
-11위(황민현)와 4분할 중 세 명이 최종 뽑혔다. "생방송 투표와 사전 어플 투표를 합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타이밍일 뿐 앞서 말했든 중간 순위 공개가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정말 피디픽은 없었나. "없었다. 첫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연습생들과 얘기를 많이 안 나눴다. 괜히 얘기를 나누면 오해를 받을까봐 그랬다. 연습생들이 출퇴근을 하는데 소속사에 'PD가 어떤 친구와 많이 얘기를 하더라'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했다."
-이번엔 워너원 활동 기간이 늘어났다. "아이오아이 활동 당시 신인상을 받곤 끝났다. 팬들에게도 그 점이 아쉬웠을 것이다. 각각의 소속사에게 고통스러운게 아니라면 이 정도 기간이 가능한지 물었고 그래서 2018년 12월 31일로 계약 기간을 잡았다. 엑소나 방탄소년단처럼 워너원도 글로벌 키워드로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