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조동찬(34)의 헤어스타일에는 '3할 타율'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일부러 옆머리를 '3mm'로 짧게 정리했다.
조동찬은 올 시즌부터 팀 후배 김헌곤(29)에게 이발을 맡기고 있다. 위쪽 머리카락은 놔둔 채 옆쪽만 계속 자르면 되니 손질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상무 야구단 소속이던 김헌곤은 군 복무 당시 동료 병사들의 이발을 담당했다.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조동찬은 "우리 선수단 사이에서 헌곤이가 (머리카락을 잘 깎아 별명이) '김발사'로 통한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깎아 줬다"고 귀띔했다.
최근 조동찬은 옆머리를 더욱 짧게 다듬었다.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그는 "최근 방망이가 잘 안 맞아서 헌곤이한테 옆머리를 3mm로 깎아 달라고 했다. 3할 복귀를 염원하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건강한' 조동찬은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다. 5월까지 규정타석에 조금 모자랐지만 팀 내에서 가장 높은 0.326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잔부상에 시달렸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조동찬의 출장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몸 상태를 걱정했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 타격 부진까지 겹치자 마음고생이 심했다. 조동찬은 6월 들어 타율이 0.236로 떨어졌다. 급기야 6월 말에는 시즌 타율이 3할 밑으로 내려갔다. 반등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옆머리까지 짧게 정리한 것이다.
간절함은 통했다. 조동찬은 5일 포항 롯데전에서 5-5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끝내기 2루타를 쳤다. 2010년 9월 10일 대구 LG전 이후 2490일 만에 만들어낸 끝내기 안타. 개인 통산 네 번째였다. 5-3으로 앞선 9회초 팀이 동점을 허용하고 흐름을 빼앗겼던 상황이라 그의 끝내기 결승타는 더욱 값졌다. 조동찬 개인에게도 그랬다. 2-3으로 뒤진 6회 2사 1·3루에서 대타 삼진, 5-3으로 역전한 7회말 2사 만루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던 아쉬움을 훌훌 털어 버렸다.
조동찬은 "원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은데 올해는 너무 좋았다. 언젠가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 앞으로 최대한 성적이 덜 떨어지게 하는 게 목표다"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동료들의 물세례로 젖어 버린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뒤로 넘겼다. 물론 머리 옆쪽에는 쓸어 넘길 머리카락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