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대명사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노래가 모든 청춘의 노래는 아닙니다. 눈에 많이 띄지 않지만, 다양한 청춘은 그들의 희망, 사랑, 좌절, 아픔 등을 담아 노래하고 있습니다. 큰 무대에 설 기회는 적지만,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청춘들의 꿈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일간스포츠는 방송사나 매체에서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은, 청춘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잔나비에겐 청춘이 뭘까요>잔나비에겐>
김도형(이하 도형) "'청춘' 그 안에 살고 있어요. 잔나비만큼 청춘이 잘 어울리는 팀이 없죠."
최정훈(이하 정훈) "요즘 '청춘'은 기득권들이 젊은 사람들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강요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격다짐 식의 청춘이에요. 우린 '안 되면 되게 할 수 있어. 이겨보자'라는 마인드가 있어요. 그렇게 살아야 후회를 안 할 것 같아요. 삶을 만끽하면서 또 만끽하는 만큼 그리고 열심히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살고 있어요."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남은 건 볼품 없지만/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남겨두겠소/그리운 그 마음 그대로/내 맘에 담아둘 거야/언젠가 불어오는 바람에/남몰래 날려보겠소' - 잔나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잔나비의 음악은 소탈하다. 그리고 쉽다. 멜로디를 한 번 들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다. 어렵고 깊은 감성을 추구하는 밴드와 차별점을 둔다.
잔나비는 지난 2014년 '로켓트'로 데뷔했다. 보컬 최정훈을 주축으로 키보디스트 유영현, 기타리스트 김도형 등 3인조로 활동하다가 베이시스트 장경준, 드러머 윤결을 영입, 현재 5인조로 활동 중이다. Mnet '슈퍼스타K5'에 출연해 최정훈이 톱7까지 올라가며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당시 윤종신의 혹평을 받아 복수심이 타올랐다는 잔나비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자 다시 '길바닥'으로 돌아왔고 초심으로 음악을 했다.
만약 우승했다면 어땠을까. 잔나비는 말한다. "우승을 했다면 이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거만해겠죠."
좌절하면 일어서고 실패해도 노래했다. 매일 3곡씩 쓰며 드라마 OST 작업도 했다. tvN '식샤를 합시다2' '디어 마이 프렌즈' '혼술남녀' 등에 이름을 올렸다. 잔나비 노래를 처음 들어도 '어! 이 곡 아는 노랜데'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열정 하나로, 또 삶을 즐기며 노래하는 잔나비. '청춘별곡' 첫 번째 손님이다.
- 인터뷰를 제의받고 기분이 어땠나요.
정훈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자주 하는 그룹도 아니라 우리와 인터뷰한다길래 신기했어요."
장경준(이하 경준) 윤결(이하 결) "기분 좋았어요. 감사해요."
- 몇 번 인터뷰해 봤나요.
정훈 "정규 앨범 발표했을 때 3~4번 정도 했어요. 중간에 짧게 짧게 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10번은 넘는 것 같아요."
-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이하 '불후')'에 2회 연속 출연했어요. 노사연·박미경 편이었죠.
정훈 "부모님 세대가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라 가장 좋았어요. 페스티벌을 나가거나 심야에 하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면 우리 세대는 알지만 부모님은 모르시잖아요. '불후' 끝나고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해서 효도 한 기분이 들었어요."
- 밴드는 어떻게 결성됐나요.
정훈 "(유)영현이, 도형이, 저 이렇게 원년 멤버예요. 경준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만났어요."
- 음악은 언제 시작했나요.
정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어요."
경준 "멤버 모두 동네 친구예요. 음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관계였죠."
정훈 "1차 합주, 2차 합숙, 3차 공연까지 꽤 체계적으로 오디션을 치렀어요. 한 달 합숙까지 했어요.(웃음) 드럼을 잘 치는 친구보다 우리와 똑같은 애를 뽑아야겠다는 사명이 있었어요."
결 "드럼을 포기하려고 고향 함양에 내려갔어요. 다른 길을 찾으려던 시기에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어요. 제의받고 다음 날 첫 차 타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한 번만 더 해보자'하는 마음이었어요."
- 결 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정훈 "일단 한 달 동안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합격이었죠. 그리고 공연 때도 보통 드러머 같지 않고 자기가 스포트라이트 받길 원했어요. 작업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요. 물건이라고 생각했죠.(웃음)"
결 "드럼은 뒤에 있으니까 안 보이잖아요. 제가 관심받는 걸 좋아해요."
- 원숭이띠가 조건이었나요.
정훈 "필수 조건은 아니었는데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건 반대했어요."
도형 "형이 오면 어렸을 때부터 맞춰 왔던 게 흐트러질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나이가 중요하잖아요."
- 동갑 남자들이 모여서 많이 싸울 것 같아요.
정훈 "싸우기도 많이 싸워요. 가끔 갈등도 만드는 편이에요. 불만이 있어 보이면 왜 불만을 얘기 안 하냐 되물어요. 서로 말을 안 하고 쌓아두면 더 사이가 안 좋아져요. 그래서 사이가 좋아요. 진짜 심하게 안 좋은 말을 해도 기분은 나쁘지만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도형 "외부 사람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끼리는 이름보다 별명을 더 많이 부르는 그런 편이에요. 서로에게 애정 섞인 욕도 많이 해요. 오래 가는 비결이죠.(웃음)"
- 분당을 벗어나 밴드들이 많은 홍대로 근거지를 옮길 생각은 안 했나요.
정훈 "잔나비는 '분당의 아들들'이고 '분당의 수호신'이에요. 분당의 음악을 지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벗어날 생각이 없어요. 옮겨도 판교까지만 갈 겁니다. 그 이상은 안 돼요.(웃음)"
- 2016년 8월 이후로 활동이 뜸했어요.
정훈 "앨범을 작업하고 싱글을 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첫 정규앨범인 '몽키호텔'에 애착이 깊다 보니 이 앨범을 더 알리고 싶었어요. 뭔가 마음속에 모순이 있었죠. '몽키호텔'을 뛰어넘는 걸 내고 싶다가도 더 알리고 싶고.(웃음) 결국 더 좋은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만 남은 것 같아요. 곡 만드는 재미를 뛰어넘고 싶어요."
- 작업한 곡들이 있나요.
정훈 "곡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주 좋아요. 음악 하는 형들에게 들려줬더니 근래 들은 한국 음악 중 가장 좋다고 하던데요.(웃음)"
도형 "노래가 이렇게 잘 나올지 몰라서 우리도 놀라고 의아해하고 있어요. 만족하는 그림에 맞게 나오고 있어요."
- 컴백시기가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정훈 "올해 안에는 선보일 생각이에요. 잔나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밴드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해 제시해주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을 팬들이 가장 궁금해해요."
- 잔나비 노래 제목은 유독 길어요. 42자인 곡도 있어요.
정훈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제목을 정할 때 정말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저렇게 지었어요. 우리는 마음에 들었는데 매니저인 '형'만 안 좋아했어요. 심의 넣을 때 불편하다고 불평하더라고요.(웃음) 우리나라 음악 중에 두 번째로 긴 노래래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길게 해서 1위를 할 것 그랬어요.(웃음)"
경준 "정훈이가 가사를 쓰는데, 가사에 '모래성'이라는 말이 나와요. 처음엔 '모래성'으로 할까 했는데 다들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이미현 기자 lee.miyun@joins.com 사진·영상=박찬우 기자, 영상 편집=강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