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발전하면서 다분화하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도 속속들이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업무 분담에 대해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로 연예계에서 7년째 밥벌이를 하고 있는 기자 역시 다양한 방송 관련 직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직접 나섰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을 만나 해당 직업의 특성과 에피소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마련한 코너. 방송이 궁금한 이들이여, '방궁너'로 모여라.
'방궁너'의 두 번째 주인공은 현재 JTBC '한끼줍쇼' 내레이터로 활동 중인 김세원 성우다. 1964년 TBC 동양방송 공채 1기로 데뷔, 올해로 54년 차를 맞은 베테랑이다. 기성세대들에겐 라디오 DJ로 친숙했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SBS '짝' 내레이션으로 친숙하다. 성우의 세계에선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남들보다 앞서 자기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키였다.
- TBC 1기 성우다. "성우라고 부르면 내가 찔끔한다. 들어가기는 성우로 들어갔는데 그 시대엔 성우가 드라마 위주로 활동했다. 드라마가 대세였다. 그런데 난 연기가 부끄러워서 못했다. 기가 막힌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 당시 1959년 부산 MBC를 시작으로 1961년 MBC, 1963년 동아 그리고 그다음에 TBC가 생겼다. 상업방송이 우리나라에 시작된 시기다. 경쟁률은 지금처럼 높았다. 그때도 150 대 1 정도였다. 방송국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성우를 뽑았다. 대학에서 방송을 했기 때문에 시험 소식을 접하고 지원했다."
- 목소리도 나이가 들면 변화가 오지 않나. "어떤 한 팬분이 80년대 내가 진행했던 음악 방송을 녹음한 테이프를 줘서 들어 보니 목소리가 늙었더라. 목소리가 제일 늦게 늙긴 하지만 세월에 따라 변화가 온다. 이걸 잘 지탱하려면 술, 담배를 안 하는 게 좋다."
- 성우의 업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TV, 라디오, 광고, 영화 등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방송은 다 할 수 있다. 성우는 아나운서보다 업무의 폭이 넓다. 물론 지금은 아나운서들도 그 틀을 깨고 나왔지만, 성우의 활동 영역은 과거부터 훨씬 넓었다."
-과거보다 현재가 일이 더 다양해졌나. "옛날에는 드라마에 국한되어 있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음악방송이 시작됐다. 맨 처음엔 성우들이 음악방송 진행을 꺼렸다. 난 대학교에서 그러한 음악방송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게 됐다. 그 이후 물을 만났다. 예전에도 영화 녹음까지는 있었다. TV가 발달하면서 외화 더빙이 생겼고 현재는 매체가 더 다양해졌다. 할 역할이 많아졌다. 드라마만 바라보면 일이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본다면 일이 정말 다양하고 많아졌다."
- 성우가 된 계기는. "대학 재학 중 방송사 시험이 있다고 하니 일단 가서 봤다. 3차까지 갔다. 면접관이 '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라. 당시 졸업하지 않으면 집에서 난리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둘 다 하겠다'고 했다. 주변에 보니 연기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마음속으로 떨어지겠다 싶었다. 그런데 붙었다. 들어가자마자 일이 많고 바빴으면 대학을 졸업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계속 일이 없었다. 학교에 다니기엔 딱이었다. 그래서 졸업할 수 있었다."
- 꿈꾸던 것과 현실, 가장 달랐던 점은. "성우를 하면 말하는 것이니까 쉬울 줄 알았다. 우리말이니까 간단하게 빨리 이름이 나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근데 '네' 소리 하나 하는데 너무 떨려서 4번의 NG를 냈다. 사표를 써서 늘 가지고 다녔다. 일이 없어서 학교에 갔고 동기들은 일을 몇십 개씩 했다. 그래도 아역, 식모 역은 잘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웃음) 특집을 할 땐 12시 전에 들어간 적이 없다. 항상 방송국 차를 타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