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3라운드 전북과 FC 서울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자 최 감독이 웃으면서 꺼낸 말이다.
농담이었지만 이 말 속에는 신 감독이 얼마나 전북을 주시하고 있는지가 포함돼 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전북전 관전이다.
지난 4일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신 감독이 첫 번째로 선택한 팀이자 가장 많이 본 팀이 바로 전북이다. 첫 경기는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과 울산 현대의 클래식 19라운드였다. 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전주를 가장 먼저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전북을 향한 믿음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이어 신 감독은 지난 16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전북과 상주 상무의 21라운드도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다. 23라운드 전북-서울전에 신 감독은 세 번째로 모습을 드러내며 전북 선수들의 면면을 파악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전(8월 31일)과 10차전 우즈베키스탄전(9월 6일)을 준비하고 있는 신 감독 입장에서 전북을 향한 애정은 당연한 현상이다. 위기의 대표팀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은 2경기 상대 역시 아시아의 강호로 부담스러운 적들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따라서 짧은 시간 최대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현재 최강의 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신 감독이 주시하고 있는 전북이 바로 클래식 1강 팀이다. 14승5무4패, 승점 47점으로 클래식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전북은 선수들 대부분이 전·현직 국가대표로 클래식에서 가장 수준 높은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파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한 지금 전북 선수들이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감독도 이를 위해 전북을 찾아 다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신 감독은 몇 명의 전북 선수들을 뽑을까.
후보군은 많다. 미드필더 이재성(25)은 이변이 없는 한 신 감독의 선택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을 넘어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인 이재성은 기복 없는 활약으로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모든 감독들이 선호하는 선수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63) 감독 역시 전체적으로 K리거를 외면한 가운데 이재성만큼은 꼭 명단에 포함시켰다.
좌우 풀백인 김진수(25)와 최철순(30) 역시 후보군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9)은 올 시즌 9골을 넣으며 신 감독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는 클래식 득점 랭킹 5위에 올라있다. 21세의 떠오르는 수비수 김민재도 태극마크 가능성을 품고 있다.
역시나 가장 큰 관심사는 베테랑 이동국(38)의 발탁이다. 신 감독은 "나이는 상관이 없다. 이동국도 대표팀에 뽑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신 감독이 이 말을 뱉은 뒤 이동국은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국은 서울과 23라운드에서 신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K리그 통산 196호골을 쏘아 올렸다. 골뿐 아니라 공간 침투, 연계 등 이동국은 최고의 몸상태를 자랑했다.
신 감독이 전북을 주시하면서 전북 내부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최 감독은 "신태용 감독으로 인해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전북에서 몇 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갈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선수들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라며 "대표팀에 가고 싶은 건 모든 선수들의 같은 마음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전북을 세 번째 지켜본 신 감독은 "8월 초에는 대표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