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상하이의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7`에 관람객들이 가득하다. IS포토 중국 게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게임의 진출로는 오히려 더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 게임 산업이 외적·질적으로 성장하면서 과거 PC 온라인 게임 시절처럼 한국 게임이 절실하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게임 산업 외적·내적 폭풍 성장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상하이의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17'에서 중국 게임의 엄청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로 15회째인 차이나조이는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이다. 과거에는 세계 3대 게임전시회인 미국의 'E3', 일본의 '도쿄게임쇼', 독일의 '게임스컴'에 들지 못했지만 지금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신국제엑스포센터의 15개 전 전시관이 풀 가동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14개 전시관이 사용됐다. 규모로 보면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의 3배 수준이다. 출품작도 4000종으로 작년(3500종)보다 많았다.
이번 차이나조이의 참가자 수는 역대 최대인 4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지스타의 22만명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이다.
차이나조이는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발전했다는 평가다. 과거 전시장의 주인공은 한국 게임 등 해외 게임이었으나 지금은 모바일 '리그 오브 레전드'로 불리는 '왕자영요' 등 중국산 게임들이 메인을 꿰차고 있었다.
출품되는 게임들도 다양해졌다.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 PC 온라인 게임, VR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들이 선보였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차이나조이가 E3인지, 지스타인지 모를 정도로 외적·내적으로 세계적인 게임전시회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 산업의 매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중국 게임업계는 올해 중국 전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출이 5000억 위안(82조원) 가량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게임산업이 가장 많은 1700억 위안(28조300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990억 위안(16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예상치를 휠씬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의 작년 한 해 게임산업 매출은 11조원 가량이다.
중국 3대 게임사 중 하나인 샨다게임즈의 시에페이 대표는 "정부가 영화·드라마·게임 등 범오락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게임 규모가 가장 크다"며 "다른 산업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 시장 포화?…2차원 게임 등 틈새 공략
현지 업계는 중국 게임 시장이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상장하다보니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텐센트·넷이즈·샨다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들이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과 모바일 실시간 대전 게임 등 주력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중소 게임사가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2차원 게임 등 틈새 시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차원 게임은 흔히 '오타쿠 게임'이라고 부르는 서브컬처 게임을 말한다.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게임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취향을 갖고 있는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유력 게임서비스사인 차이나모바일게임엔터테인먼트(이하 CMGE)의 쇼켄 대표는 "10~20대의 젊은층에서 2차원 게임과 같은 새로운 재미를 담은 게임이 뜨고 있다"며 "완전 포화된 게임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 새로운 흐름에 맞춘 게임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게임사들은 급성장한 만큼 치열해진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만큼 한국 게임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도 현지 트렌드에 맞춘 작품으로 도전해야 하지만 중국 게임사만큼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빠르게 변하는 중국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겠지만 중소 게임사들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으로 판호(중국 내 콘텐트 서비스 허가제도)를 내주지 않는 것도 한국 게임에 불리하다.
중국 게임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들이 사드 문제 때문에 판호가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풀릴 수 있겠지만 당장은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현지 게임사들의 수준도 올라갔다"며 "굳이 한국 게임이 필요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드 문제로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 문은 열려 있는 반면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 문은 닫힌 결과가 초래됐다"며 "한국으로서는 무척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한국 게임사에 그나마 위안거리는 한국 게임에 익숙한 중국 게이머가 많다는 것이다.
쇼켄 대표는 "중국 게이머들 중에는 한국의 PC 온라인 게임을 경험해서 익숙해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며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 퍼블리셔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중국 게이머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 잘 준비하면 성공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