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 FC와 FA컵 4강 진출을 다툰다. 두 팀은 지난 5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5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친 바 있어 4일 만에 FA컵에서 '리턴매치'가 성사된 셈이다. 당시 경기는 조나탄(27)의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이 1-0으로 광주를 물리쳤다.
분위기를 놓고 보면 이번에도 수원의 우세가 예상된다. 최근 7경기 무패(6승1무) 행진을 질주 중인 수원은 리그에서 2위를 달리며 선두 전북 현대(승점 50)를 승점 4점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조나탄(19골)을 앞세워 7경기 16골을 터뜨린 막강한 화력이 상승세의 발판이 됐다. 여기에 실점은 단 4골만 기록해 공수 양면에서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FA컵 다음 이어지는 일정이다. 수원은 리그와 FA컵에서 연달아 광주와 2연전을 치르고 곧바로 FC 서울과 '슈퍼매치(12일)'를 치른다. FA컵과 슈퍼매치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경기인 만큼 서정원(47) 감독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한 명도 보강하지 못한 수원은 선수 가용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지금 리그 2위로 순항 중이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자동진출권이 걸려있는 FA컵 우승 트로피는 언제봐도 탐나는 '상품'이다. 그렇다고 FA컵에 '올인'하기엔 3일 뒤 열리는 '슈퍼매치'가 신경쓰인다. 어느 쪽에 집중할 것인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대결에서 고배를 마셨던 광주가 FA컵에서 어떻게 반격에 나설 것인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광주는 현재 4승7무13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있지만, 단판 승부에서 하위팀이 상위팀을 꺾는 '이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리그에서 수원과 2위 경쟁 중인 울산 현대도 FA컵 우승을 노리는 또 하나의 라이벌이다.
울산은 같은 날 상주 상무를 안방인 울산문수구장으로 불러들여 대결을 펼친다. 이 경기 역시 분위기는 최근 6경기 무패(4승2무)를 질주 중인 울산 쪽으로 기운다. 특히 울산은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클래식 25라운드 전북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있다. 친정팀을 상대로 골맛을 본 이종호(25)는 물론 전북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가능성을 보인 외국인 선수 수보티치(29)가 공격에 가세해 상주의 골문을 두들길 예정이다.
반면 상주는 최근 5연패에 빠져 우울한 상황이다. 2014년 FA컵 4강 진출을 달성했던 상주는 올 시즌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이번 대회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최근의 부진을 FA컵에서 털어내고 반전을 꾀하겠다는 심산이다.
수원과 울산의 FA컵 경기 결과는 리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FA컵에서 기세가 꺾이면 다음 경기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FA컵 결과에 따라 '더블'을 노릴 수도 있는 만큼, 두 팀 모두 이번 경기의 중요도는 상당히 높다.
한편 FA컵판 '칼레의 기적'을 꿈꾸는 내셔널리그 목포시청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성남 FC와 격돌한다. 내셔널리그팀이 FA컵 4강에 오른 것은 2008년 고양 KB국민은행이 마지막이다. 전남 드래곤즈는 부산 아이파크와 맞붙어 클래식과 챌린지의 자존심 싸움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