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워너원이 가요계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숱한 화제 속에서 종영한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이하 프듀2)'에 힙입어 음원과 음반에 나아가 공연계까지 전반적인 시장을 장악했다. 워너원이 걷는 '꽃길'은 CJ E&M에는 '돈길'이 되고, 가요계는 이들이 만든 지름길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워너원을 수식할 땐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101명 연습생 중 인기 최상위 멤버 11인으로 구성된 덕에, 각 팬덤이 뭉쳐 만든 시너지가 극에 달했다. 지난 7일 오후 6시 발매된 첫 미니 앨범 '1X1=1(투비원)'이 발매되자마자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차트 줄 세우기를 했다. 첫 데뷔 앨범인데 선주문량은 무려 52만 장에 달하는 등 톱 인기 아이돌 그룹 수준의 기록을 내고 있다.
데뷔 무대는 최대 2만5000명이 수용 가능한 대규모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졌다. 보통의 쇼케이스는 무료로 진행되지만 워너원은 쇼케이스와 콘서트를 합쳐 3만3000원에 표를 팔았다. 초대권 등을 제외하면 적어도 7억원의 매출이 나오는데, 여기에 맥주 PPL이 붙는 등 부가 수익을 창출했다. 현장에도 협찬광고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토크 타임에서 '맥주'를 주제로 15분간 이야기를 이어 가기도 했다. 타이틀곡 '에너제틱'을 비롯해 '활활'·'워너비'까지 신곡 3개를 선보이는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CJ E&M 측은 "쇼콘(쇼케이스+콘서트)으로 큰돈을 번 것은 아니다. 장비나 무대 세팅 등 여러 가지로 나가는 돈이 많다"고 말했지만, 수익이 없는데 굳이 신조어까지 만들어 가며 이런 큰판을 벌일 리가 없다.
워너원의 인기를 업은 CJ E&M은 계열사 방송·공연이나 광고·화보 등으로 이슈를 확장하고 수익구조를 넓힌다. 10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음악방송 데뷔 무대를 갖는데 9일 비공개 사전녹화로 공을 들인다. tvN 'SNL 코리아9'는 시즌 최초로 2주를 편성하며 "매력을 보여 주기엔 1회가 부족하다"고 했다. 데뷔 전부터 확정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K콘'은 CJ E&M이 주관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신인에겐 해외에서 인지도를 넓히는 중요한 기회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남자 아이돌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특혜다. Mnet이 만들고, 밀어주고, 키워 주니 워너원은 당할 자가 없는 막강한 그룹이 됐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가진 기획력에 방송 파급력이 더해져 시장을 '꿀꺽'했다.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다른 그룹과는 달리 한정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정점에 달한 지금의 인기를 이어 가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 성장은 '프듀2'로 보여 줬으나 그룹의 실력은 알 수 없다. 워너원 자체의 성장을 보여 주며 팬덤에 가린 대중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