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로 대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법률안 처리가 또다시 보류되면서 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비자들의 사재기 현상으로 인해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23일 처리 불발에 이은 두 번째 파행이다.
당초 여야는 지난 22일 기재위 조세조정소위원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1갑당 594원)을 매기는 개별소비세 인상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다음 날인 23일 전체회의에서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경태 기재위원장(자유한국당)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나서면서 의결이 연기됐다.
닷새 만에 전체회의에 전자담뱃세 인상안이 다시 올라왔지만 위원들 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면서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똑같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의견과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궐련형 전자담배의 스틱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는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2~27일 세븐일레븐에서는 아이코스의 스틱형 담배인 ‘히츠’의 매출이 전주 대비 61.1% 늘었다. 같은 기간 미니스톱에서도 히츠 매출이 직전 6일(16∼21일)과 비교해 37.3% 증가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1갑에 2500~2700원 하는 담뱃값이 현행 가격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소문에 담배 사재기가 등장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 논의 소식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금 인상안에 대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사재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배 업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 개발을 완료한 KT&G는 세금 인상안이 추진되다가 다시 급제동이 걸리면서 신제품 '릴'(가칭)의 출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KT&G 한 관계자는 "신제품의 출시일 및 판매 전략, 가격 책정 등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그에 따라 대응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