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음악은 그 자체로 타임머신이었다. 대중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후배 방탄소년단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가 됐으며, 팬들에겐 서태지를 지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서태지는 2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를 통해 그동안 발매한 9장의 정규 앨범을 총망라한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 데뷔곡 '난 알아요'를 시작으로 2014년 '크리스말로윈'까지 3만 5000명의 관객들과 뜨겁게 호흡했다.
서태지는 멘트를 줄이고 노래로만 달렸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5~6곡을 연달아 소화하며 댄스퍼포먼스까지 펼쳤다. 그는 "원래 공연을 하면 내가 진짜 말이 많다. 반말도 하고 수다를 떠는데 이번엔 자제했다"고 말했다. 대신 노래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대신했다.
'내 모든 것'으로 오프닝을 열며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 고마워했고, '굿바이'를 통해 갑작스레 이별을 고했던 날의 미안함을 전했다. 앙코르 마지막 곡 '우리들만의 추억'에선 팬들과 공유한 25년 음악들을 회상하게 했다.
팬들은 "태지형~" "태지오빠"를 외치며 공연에 빠져들었고 달달 외웠던 댄스를 기억해 추는 팬들도 있었다. 인간 서태지는 잘 알지 못해도 그가 했던 음악은 팬들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또 방탄소년단과의 콜라보 무대로 서태지의 음악은 세대를 이어 울려퍼졌다. '난 알아요' '이 밤이 깊어 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홈'을 부르며 '서태지와 아들들'을 결성했다.
서태지의 25주년을 축하하는 공연엔 아내 이은성과 딸도 함께 했다.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한 스타들은 영상으로 인사했다. 아이유는 "앞으로도 응원하겠다"고 말했고 심은경은 "세월이 너무 빨리 흐른다. 벌써 대장님이 데뷔하신지 25년이나 됐다"고 놀랐다. 유재석은 "친구하기로 하고 연락을 못해서 반말은 어색하다. 25주년 축하드린다"며 "태지야 안녕"이라고 인사했다. 20년 전 서태지 공연 포스터로 데뷔한 신세경은 "컴백하신다는 소식 또한 기다리겠다"며 대장의 컴백을 소원했다.
서태지는 "음악 하나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신기하고 음악 하나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며 음악의 힘에 놀라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