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50) 네이버 창업자가 기업 총수로서의 책임을 지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네이버를 준대기업으로 분류하면서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4%대의 비교적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이해진 창업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처럼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법적 책임과 규제가 커졌다.
공정위 "이해진 사실상 네이버 지배"
공정위는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고 네이버를 준대기업 집단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3일 밝혔다.
준대기업 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대기업 집단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보다 한 단계 낮은 대기업군이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과 마찬가지로 비상장사의 중요사항 공시나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라인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성 자산이 늘고 법인 신설 및 인수로 계열사가 17개사가 늘면서 자산총액이 6조6000억원에 달하게 됐다. 계열사 수는 총 71개다.
공정위는 또 네이버의 총수로 이해진 창업자를 지정했다.
앞서 네이버는 공정위에 '총수가 없는 기업 집단'으로 분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해진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지분이 4%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3대 주주에 불과하고 기존 재벌과 달리 순환출자도 없고 이사회가 중심이 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의 경영활동과 임원 선임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향후 자사주를 이용한 우호지분을 10.9%까지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해진 창업자를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영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과 해외기관투자자의 지분 20.83%를 제외할 경우 이해진 창업자(지분율 4.31%)가 최다 출자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 미만의 소액주주가 50%에 달하는 등 높은 지분 분산도를 고려하면 이해진과 임원진(0.18%)이 보유한 4.49%는 사실상 지배력 행사를 하는 유의미한 지분"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향후 네이버가 자사주 교환으로 우호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총수 지정 이유로 들었다.
최근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 교환을 하며 우호지분 1.71%를 추가로 획득했다. 이들은 자사주 교환으로 상호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 금지,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 지분을 매각시 네이버가 지정하는 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해진 창업자는 자신의 지분이 총수 지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지난 8월말 보유 지분의 4.64% 중 0.33%를 매각했다. 그러나 총수 지정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외에도 이해진 창업자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회사 설립 이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도 총수 지정에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총수 지정으로 인해 해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네이버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네이버 측은 해외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삼성이나 현대차도 투자가 잘 안돼야 한다. 네이버가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수' 이해진, 법적 책임·규제 커져
이해진 창업자는 앞으로 네이버와 관련된 법적 책임이 커지고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 감시와 규제를 받게 된다.
허위자료를 제출할 경우 이해진 창업자가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며, 6촌 이내의 친인척이 네이버와 거래할 경우 공시 의무의 책임을 이해진 창업자가 부담하게 된다.
공정위는 이해진 창업자의 친족이 소유한 회사와 네이버 간의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현재 이해진 창업자가 지분을 100% 보유한 개인회사는 컨설팅 업체인 지음 1곳이다. 친족이 지배하는 회사는 영풍항공여행사(친족 지분 100%)와 요식업체인 화음(50%) 등 2곳이다. 이들 3곳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공시 의무를 지게 됐다.
국정감사 때도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로서 불려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 국회에서는 네이버 관련 이슈의 증인으로 이해진 창업자를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빈번히 실패했다. 네이버의 플랫폼 지배력에 대한 이해진 창업자의 책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PC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74.7%로 2위인 카카오(15.3%)와 3위인 구글(7.2%)을 크게 앞질렀다. 모바일시장에서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네이버가 72.9%, 구글이 13.9%, 카카오가 13.1% 등 순으로 네이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외에 네이버의 뉴스 콘텐트 공급에 따른 광고 수익·뉴스 콘텐트 배치의 공정성 등에 대해서도 이해진 창업자의 책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