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간)까지 한국 프로야구(KBO)와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배출된 20승 투수는 총 '0명'이다. 한국의 양현종·헥터 노에시(이상 KIA)을 제외하면 19승을 달성한 투수도 없다. 미국에선 제이슨 바르가스(캔자스시티)·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의 18승이 현재 최다. 일본에서는 17승을 기록한 스가노 토모유키(요미우리)가 전체 다승 1위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미국·일본에서 2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게 된다.
◇맥이 끊어진 일본과 역사 한 획을 그은 미국
일본은 4년 연속 20승 투수 명맥이 끊겼다.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현 뉴욕 양키스)의 24승 이후 아무도 20승을 넘어서지 못했다. 올 시즌 스가노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17승(5패)에서 멈췄다. 다나카와 이와쿠마 히사시(현 시애틀·2008년 21승)를 비롯한 '완투형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시즌 20승은 더 어려운 기록이 됐다.
눈여겨 볼 리그는 미국이다. 이례적으로 20승 투수 없이 정규시즌이 막을 내리게 됐다. 팀당 5경기 안팎의 잔여 일정을 남겨 놓고 있어 20승 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사라졌다. 19승이 달성 가능한 최대 목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0승 투수가 나오지 않은 시즌은 총 다섯 번(1981년·1994년·1995년·2006년·2009년)에 불과하다. 이 중 1981년·1994년·1995년은 파업으로 단축 시즌이 진행된 탓이다. 시즌을 온전하게 치르고 20승 투수가 배출되지 않은 건 올해를 제외하면 역대 두 번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162경기(한국 144경기·일본 143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20승 투수가 나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대 35번 안팎의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커쇼와 맥스 슈어져(워싱턴)·잭 그레인키(애리조나)를 비롯한 정상급 에이스들이 하나 같이 20승을 넘어서지 못했다. 미국의 CBS스포츠는 "불펜이 전문화되면서 투수의 승리는 매우 과대평가된 지표가 됐다"며 "20승 투수가 없는 시즌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커쇼는 부상만 없었다면 20승 고지에 올랐을 것"이라며 "나머지 투수들은 득점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전체적으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수의 전유물이 된 한국
KBO 리그에선 아직 가능성이 있다. 희망은 양현종과 헥터다. 28일까지 19승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남은 한 번의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면 20승을 딱 채운다. 관심을 모으는 건 양현종이다. 국내 선수가 20승 고지를 밟은 건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20승)가 마지막이다. 정민태는 선발로 19승, 구원으로 1승을 추가해 20승을 채웠다. '선발 20승'으로 범위를 좁히면 19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달성자가 없다. 그만큼 먼지가 수북이 쌓인 기록이다.
20승은 한동안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이었다. KBO 리그에선 2000년대에 접어든 후 세 번의 20승 투수가 나왔지만 모두 외국인이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22승)를 필두로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 20승),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두산 22승)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선수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 그만큼 국내 투수가 20승을 달성할 수 있는 확률도 낮아졌다.
양현종이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지 못한다면 KBO 리그는 미국·일본과 함께 20승 투수 없이 정규시즌을 마무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정규시즌 마지막을 달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