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만 볼 것 같았던 배우 천우희가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강한 캐릭터만 도맡아서 했던 그는 tvN '아르곤'에서는 청춘을 대변했다. 미운오리 새끼 같은 설움을 딛고 일어섰다. 이연화 역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 계기가 됐다. 드라마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르곤'은 시작과 동시에 끝난 듯한 느낌을 주며 지난달 26일 종영했다. 천우희는 최근 서울 강남 논현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간 천우희에 대해 털어놨다.
천우희는 충무로의 신데렐라다. 지난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해 지난 2011년 영화 '써니'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2013년 영화 '한공주'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배우 천우희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렸다.
- 얼마전 프랑스 국민배우 장 뒤자르댕에 극찬을 받았다.
"정말 신기했다. 대단한 배우라 주변에 '대박 사건'이라면서 DM을 캡쳐해 보냈다.(웃음) 예술이라는 게 한 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는 것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뭐라고 답장할까 고민하다가 잘 못하는 영어를 더듬더듬하면서 '무슨 작품을 봤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곡성'과 '해어화'를 봤다고 하더라. '나도 당신의 작품을 좋아한다. 팬이다'라고 보냈더니 바로 '고맙다. '곡성'의 팬이니 감독에게도 전해달라'고 답장이 왔다. 말을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또다른 작품인 '한공주'를 추천했다. '꼭 보겠다'고 하더라. 더 대화하고 싶었지만, 아시아 배우가 질척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 뒀다.(웃음) 동일선상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 나름대로 한국 배우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본인 생각하는 본인의 매력은.
"지금은 작품이 감사하게 많이 들어오지만, 뭣도 없을 때 자신있었다. 특히 얼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배우로서 뭔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선함과 악함 등 스펙트럼이 넓은 얼굴이다. 배역을 맡겨만 준다면 연기하는 순간엔 진짜 몰입을 하니까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도연 선배님이나 김혜수 선배님들이 나에게 '좋은 얼굴을 갖고 있어서 좋다'고 칭찬해준다. 내가 생각한 매력이 맞으니 자신감이 더 붙었다."
- 부모님 중 누구를 닮았나.
"어렸을 땐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지금은 어머니와 판박이다. 늙고 젊고의 차이 정도다. 어느날 매니저 오빠가 픽업하려고 왔는데 내가 나물을 뜯고 있었다고 하더라. 알고보니 어머니를 나로 착각했더라. 이목구비도 비슷해서 가끔 마주보고 있으면 정말 웃기다.(웃음)"
- 부모님의 얼굴만 닮았나.
"끼도 닮은 것 같다. 두 분 모두 성격적으로 평범치는 않다. 퍼포먼스를 잘하고, 유쾌하다. 우리집에 CCTV 설치해놓고 보면 재밌어서 분량을 뽑을 수 있다."
- 예능 욕심이 있나.
"예능은 편집의 힘이 있다. 리얼리티라고 하지만 조금의 설정들이 있지 않나. 그 편집으로 인해 좋은 사람으로 포장되는 게 겁난다. 만약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단발성으로 해보고 싶긴하지만, 고정은 힘들 것 같다."
-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삼시세끼'에 나가고 싶다. 몸 쓰고 밭일·막노동을 잘한다. 출신이 이천이라 그런지 자연을 좋아한다. 지금도 닭을 키우고 밭도 가꾼다. 농사는 생활이다."
- 독립했나.
"현재는 독립했지만 부모님 집이 아직도 이천에 있다. 산 속 깊은 곳에 있다. 동네에 몇 채 없다. 이천 집에 가면 새소리 듣고 다람쥐도 볼 수 있다. 자연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 배우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나.
"아마도 그러다 말겠지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마'라고 한 적은 없다.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대학교도 '점수 되면 연기과 갈래' 해서 갔고, '오디션 볼 때도 갔다 올게' 하고 갔다. 혼자 가방 매고 현장에도 내려갔다. 지금은 내가 연기하는 걸 신기해한다. 그도안 맡았던 역은 그렇지 않았지만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
- 부모님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찍을 땐 어떤 반응을 보였나.
"정말 좋아했다. 영화는 찍으면 개봉까지 몇 개월 또는 1년이 걸리는데, 드라마는 주마다 볼 수 있으니까 정말 좋아하더라. 또 뽀샤시 하고 예쁘고 평범하게 나와서 좋아했다.(웃음)"
-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아르곤' 시즌2를 요청하고 있다.
"시즌2는 그때가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대본도 새롭게 봐야할 것 각ㅌ다. 지금과 같은 팀원이 그대로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그때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
- 집순이라고 했는데, 보통 어떻게 여가를 보내나.
"회식하면 날 잡고 술도 잘 마신다. 그렇다고 술을 즐기진 않는다. 친구들과 놀 때는 맥주 한 잔하면서 소소하게 보낸다. 맛집도 다닌다. 또래와 별반 다를 바 없다."
- 주변 의식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얼마전에도 이태원에 편하게 놀러갔는데 많은 분들이 얘기를 걸어서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는 친구들을 신경써야겠다. 그래서 집에서 자주 모인다. 친구들이 '아르곤'도 내가 없는 우리집에서 보겠다는 거 말리느라 혼났다.(웃음)"
- 이연화는 청춘들을 대변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연화와 같은 처지에 놓인 청춘에게 한 마디 하자면.
"시대가 갖고 있는 힘듦이 있다. 청춘도 힘들고 나이 든 분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사회적인 문제로만 몰고가다보면 모든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힘든 건 인정하되 내가 하고 싶은 것,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꿈들을 해볼 때까지 해봐야 할 것 같다. '해보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움직여야 어디가서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고 미련도 안 남는 것 같다. 다같이 힘들지만 할만큼 해봅시다."
- 천우희의 꿈은.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훌륭한 연기를 하면서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낙천적인 편이라 작은 것에 고마워 할 때가 있다. 힘들지만 신체 건강하고 부모님 있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고. 이 정도면 감사하다. 그러다보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운과 복이 있는 사람이다. 무조건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스스로 비판 하지만 좋은 시각으로 보는 편이다. 적당한 긍정과 비판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차기작 계획은.
"'한공주' 이수진 감독과 10월부터 새 작품에 들어간다. 올해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연기 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