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파일럿으로 방송된 KBS 2TV '줄을 서시오'가 끝난 뒤 달린 베스트 댓글. KBS 예능국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총 7개의 파일럿을 내보냈다. 그중 두 자릿수 시청률도 있었고 재미있다는 작품도 있었다.
가장 말이 많았던 건 표절 논란. 무려 세 개 프로그램이 유사 포맷 의혹에 시달리며 잡음을 일으켰다. 다른 채널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포맷이 이름과 출연진, 조금의 기획 의도만 바뀐 채 방송돼 뭇매를 맞고 있다. 표절 논란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2011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표절 논란 의혹. 이번엔 제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설정 하나 바꾸면 표절 아닌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KBS `혼자왔어요`(위)와 채널A `하트시그널`(아래)'혼자 왔어요'는 최근 종영한 채널A '하트시그널'과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0대 청춘 남녀 6명이 일본 오키나와로 3일간 여행을 떠나 서로에 대한 연애 감정을 키우는 내용을 담았다. 청춘 남녀가 특정 공간에 정해진 기간에 머물면서 서서히 싹트는 연애 감정을 스튜디오에 있는 MC들이 지켜보며 대화를 나눴다. 출연자와 촬영 장소만 다를 뿐, 포맷은 사실상 '하트시그널'과 매우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공간의 이동. '혼자 왔어요'는 여행을 하는 움직임이 있다.
'줄을 서시오'는 JTBC '밤도깨비'와 유사하다. 서울의 맛집을 비롯한 핫플레이스를 MC들이 직접 방문하며 그 맛을 고스란히 느끼고 평하는 컨셉트다. '밤도깨비'와는 다르게 전국으로 지역이 확장돼 있고 1등으로 줄을 서야 한다. 결과적으로 맛집에 찾아가 줄을 서 시민들과 소통한다는 건 같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외국까지 나가서 민폐라는 혹평과 함께 JTBC '한끼줍쇼'와 흡사하다는 말도 많이 들린다. 1%의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상까지 공유하며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방식. 한국과 외국, 집에 들어가 밥을 달라는 것과 재워 달라는 것만 다르다.
유사 의혹의 늪… 언제부터인가
KBS 예능국은 그간 타방송사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론칭하며 표절 논란에 불씨가 마를 날이 없었다. 2011년 3월 국내 톱가수들이 경연하는 포맷으로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던 MBC '나는 가수다'가 인기를 끌자 KBS 측은 아이돌판 '나가수'라 불린 '불후의 명곡'을 그해 6월 론칭했다. 2013년 1월 육아 예능의 시초라 불리는 '아빠! 어디가?'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8개월 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나왔다.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MBC 프로그램은 폐지됐고 KBS 예능은 '승승장구' 중이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JTBC `비정상회담`(위)과 KBS `이웃집찰스`(아래)
표절 논란에 휩싸인 JTBC `비정상회담`(위)과 KBS `이웃집찰스`(아래)
중년들에게 해외 여행 붐을 일으킨 tvN '꽃보다 할배'가 나오자 한 달 뒤 김수미·김영옥 등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 '마마도'가 KBS 전파를 탔다. '꽃보다 할배'에 '짐꾼' 이승기가 있었다면 '마마도'에는 이태곤이 있어 더욱 논란에 불을 지폈다. JTBC '비정상회담'이 일으킨 외국인 예능 붐을 KBS '이웃집 찰스'가 이어받아 정규 편성됐다. '어 스타일 포 유'는 마지막 방송에서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등장시켜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보여 줬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흡사했다.
중국 도 넘은 표절… 국내도 애매 표절 논란에 휩싸인 JTBC `효리네민박`(왼쪽)과 후난위성 `친애적 객잔`(오른쪽)
표절 논란에 휩싸인 JTBC `효리네민박`(왼쪽)과 후난위성 `친애적 객잔`(오른쪽)
최근 중국 후난위성에서는 '친애적 객잔'을 방송했다. 네 명의 중국 연예인들이 소수민족 마을에 민박집을 열고 손님들과 일상을 보내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설명을 딱 들으면 떠오르는 게 JTBC '효리네 민박'이다. 포스터 또한 그대로 가져다 베꼈다. 뻔뻔함이 도를 넘어선 중국 시장이다. KBS를 두고도 '중국과 다를 게 없다'는 강도 높은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네티즌도 하나같이 '중국 뭐라 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 예능국 PD는 "지상파와 비지상파, 케이블의 채널 벽이 허물어지며 경쟁이 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표절 논란은 계속 불거져 왔다. 문제는 표절이라고 단정 지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장르의 유사성'이라는 말로 돌릴 뿐, 뭐 하나 확실히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출연자나 장소 외에 담기는 내용이 흡사하다면 표절이라고 의심하겠지만 내용이 많이 다르니 애매하다"며 "유독 KBS 예능국에서 표절 의혹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몇 년째 풀지 못하는 숙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