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을 운영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성 추문에 휩싸인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65)을 즉시 제명키로 결정했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카데미는 14일(현지시간) 운영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웨인스타인의 회원자격을 즉각 박탈키로 합의했다. 아카데미 90년 역사에서 거물 인사에 대해 '퇴출'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웨인스타인이 제작한 역대 영화 중 81편이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며, 수상 후보에 오른 것만 300편에 달한다.
아카데미 측은 성명에서 “이날 투표에서 (합의 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찬성을 훨씬 넘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동료들의 존경을 받을 가치가 없는 인사와 결별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영화계에서 성 착취, 직장 내 성희롱을 고의로 무시하거나 공모해온 시대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카데미는 또 웨인스타인 사태로 인해 심각성이 드러난 성폭력 문제에 대해 “윤리 행동강령을 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카데미의 운영위원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배우 우피 골드버그와 톰 행크스,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 필름 회장, 짐 지아노플로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아카데미 회원이 배우와 제작자 등 8400여 명에 달하지만, 아카데미가 나서 회원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한 것은 2004년 아카데미상 투표와 관련한 규정을 위반한 배우 카민 카리디에 대해 내린 결정이 유일하다. 앞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미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 등이 성 추문에 휩싸였지만, 징계는 받지 않았다.
현재 웨인스타인은 지난 30여년간 유명 배우들은 물론 자신이 몸담았던 ‘웨인스타인 컴퍼니’ 여직원 등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배우 귀네스 펠트로, 앤젤리나 졸리 등 업계 내 피해자들의 폭로가 잇따르면서 8일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됐으며 미국과 영국의 경찰이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