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도쿄돔.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전. 양 팀 다 우승을 원했지만, 승자는 어쩔 수 없이 하나뿐이다. 일본이 7-0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일본과 두 번 맞붙어 두 번 다 졌다.
전력 차가 확연했다. 다만 양 팀의 선수 기용법이 사뭇 달랐다. 한국은 불펜 필승조 대신 예선 두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던 심재민, 김명신, 김대현을 줄줄이 내보냈다. 일본전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긴 김윤동과 구창모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기회를 얻었다. 승부가 기운 9회에는 장승현이 마지막 포수로 마스크를 썼다.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25명이 모두 출전 기록을 남기게 된 순간이다.
선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수십 차례 '경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우리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교훈도 얻었다"며 "나 역시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첫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들에게 열정만큼은 최고였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각국에 주어진 와일드카드 세 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이 한 명이라도 더 국제대회를 경험해 보기를 원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의욕과 자부심에 가득찬 선수들을 보면서 큰 희망과 기대를 얻었다. 귀국을 앞두고 거듭 "선수들의 열정에 비해 마지막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일본은 정반대였다. 선발 투수 다구치 가즈토가 7회까지 던졌다. 이기기 위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이나바 다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2년 전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역전패한 기억을 되살렸다. 어떻게 해서든 점수를 내려 했다"며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일본은 대회에 참가한 3개국 가운데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와일드카드 세 장을 모두 썼다. 마무리 투수, 4번 타자 그리고 주전 포수가 와일드카드였다. 이나바 감독은 이같이 선택한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기는 게 먼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엔 꼭 이기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래서 이기는 팀을 구성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 와일드카드를 다 썼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이상,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애초에 한국과 일본은 대회에 참가한 목적이 달랐다. 일본은 이기고 싶었고, 한국은 경험을 쌓고 싶었다. 결승전 경기 내용이 그 증거다. 양쪽 대표팀 모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무엇을 경험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경험'에서 무엇을 얻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선동열 감독은 결승전 일본 선발 다구치를 언급하면서 "스피드를 앞세우기보다 제구력으로 승부했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면서 카운트를 잡을 줄 안다"며 "우리 쪽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지만, 젊은 투수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일본이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하되, 그들의 플레이에서 보고 느낀 부분을 응용할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이번 대회에선 '선동열 호'와 '사무라이 재팬'이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결국 '승리'라는 같은 목표를 놓고 충돌해야 한다. 선 감독은 "선수들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지만, 결승전이 현재 한국 야구의 냉정한 현실이라는 점은 알아야 한다"며 "선수들도 경기를 치르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소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