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최근 흥행 대박을 터뜨린 '평창 롱패딩' 바람을 타고 2018 평창겨울올림픽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때 '붐업'이 되지 않아 울상이었던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와 공식스폰서, 패션·뷰티 업계는 뒤늦게 찾아온 평창올림픽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마네킹 샘플까지 벗겨가…롯데 "넉넉한 줄 알았다"
롯데백화점은 요즘 평창 롱패딩의 흥행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평창 롱패딩이 화제가 되면서 매출은 물론 백화점 홍보까지 저절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구스롱다운점퍼 벤치파카' 기획,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을 통해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거위털 100%(솜털 80%·깃털 20%)로 채워진 이 롱패딩의 가격은 시중의 절반 수준인 14만9000원이다. 비수기에 미리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가격이었다. 흰색·회색·검정색 등 3종류로 출시된 이 패딩의 뒷면과 팔 옆 부분에는 대회 슬로건인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투박하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줘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는 물론 디자인까지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시즌 롱패딩 트렌드와 과거 사례를 분석해 3만장만 제작했다. "이것도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백화점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평창 롱패딩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내놓는 족족 다 팔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평창 롱패딩은 20일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2만3000여 장이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롯데백화점 본점에 내놓은 사전 물량 800장은 판매 개시 직후 완판 됐다. 이날 백화점 인근은 새벽부터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2일 판매될 7000장이 사실상 마지막 수량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추가 생산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롱패딩은 관계자들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롱패딩을 사려는 고객들이 마네킹에 입혀놓은 샘플까지 모두 벗겨 가져갔다"며 "올 겨울 롱패딩이 인기를 끌 것을 예상하고 비교적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요가 이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평창조직위 관계자 역시 "최근 '평창 패딩을 구할 수 없겠느냐'는 부탁이 여기저기에서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도 구할 수 없다. 심지어 아들도 '갖고싶다'고 조르고 있지만 물품 자체를 구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는 평창 롱패딩을 원가의 두 배인 30만원에 판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올림픽 열기도 달아올라…기업들 평창 마케팅 발동
평창 롱패딩을 사지 못한 구매자들은 비슷한 다른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 관계자는 "발목까지 오는 긴 패딩인 '벤치 패딩'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자사에서 출시한 벤치 패딩인 '스테롤' 역시 평창 롱패딩 인기와 함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의 후원사 중 한 곳인 노스페이스는 롯데백화점이 출시한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자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광고하면서 평창올림픽 로고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평창올림픽은 올해 초만해도 흥행과 수익 등 모든 면에서 참패가 예상됐다. 지난해 말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가 평창올림픽에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기업들이 '평창올림픽에 후원하면 최순실과 관련됐다고 본다'며 스폰서로 나서지 않으려 든다. 평창올림픽이 심각한 적자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희범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직접 나서 "도와달라"며 읍소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평창 롱패딩 흥행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평창 롱패딩이 중·고생과 20대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스럽게 평창올림픽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마지못해 스폰서로 나선 기업들은 뒤늦게 찾아온 호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와 오뚜기 등은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평창 특수를 누리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뷰티 업체들은 평창올림픽 바람을 자사 제품 마케팅으로 연결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SNP는 평창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반다비'를 연상시키는 '아이스 베어 마스크팩 4종'을 출시했다. 한불화장품 계열의 뷰티 브랜드인 잇츠스킨 역시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에서 모티브를 따 제작한 '타이거 시카 톤업 쿠션' 홍보에 바쁘다.
한 뷰티 업체 관계자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기업들이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나서길 꺼려했는데 요즘에는 지금이라도 발을 들여놓고 싶어한다. 어떻게든 평창올림픽과 연결지으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