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민병헌(30)의 합류로 상위 타순에 무게감을 더했다. 전준우 손아섭과 함께 올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들이 연달아 나설 수 있다. 4번에는 이대호가 버티고 있다. 상대 배터리는 부담감이 커진다.
핵심은 '강한 2번' 타자다. 과거에는 작전 수행력이 좋고 발이 빠른 선수가 포진하던 타순이다. 추세가 바뀌고 있다. 타석 기회가 많기 때문에 타율과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내세우는 감독이 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장타력이 좋은 타자가 나선다. 올 시즌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은 2번으로 가장 많이 나섰다. 52홈런을 기록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도 시즌 초반에는 주로 2번에 포진됐다.
롯데는 올 시즌 붙박이 2번 타자를 두지 못했다. 2015~2016시즌에 가장 많이 나섰던 김문호는 타격감에 기복이 있었다. 리드오프와 중심타선을 잇는 '연결 고리'가 헐거웠다. 당연히 공격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조원우 감독은 후반기에 전준우와 손아섭을 테이블 세터로 고정했다. 조 감독은 이전부터 "1, 2번 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효과를 봤다. 롯데의 평균 득점은 전반기보다 향상됐다. NC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최준석이 무안타에 그쳤지만 두 선수가 5안타 5타점 4득점을 합작하며 7-1 승리를 이끌었다.
민병헌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다. 홈런은 적지만 장타율도 4할5푼 이상 기대할 수 있다. '공격형 2번 타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익숙하지 않은 타순이긴 하다. 최근 4년(2014~2017시즌) 동안 8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하는 타격 지향점은 같다. 조 감독은 공격 성향이 강한 전준우를 리드오프로 기용했다. 올 시즌 전준우의 출루율은 0.370에 불과했다. 장타력을 갖춘 '공격 선봉장'의 장점을 믿었기 때문이다.
민병헌이 2번으로 나서지 않아도 기대 효과는 여전하다. 상대적으로 2번을 많이 소화한 손아섭을 중심으로 앞뒤에 전준우와 민병헌을 내세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타격감이 꾸준한 타자들이 1-3번에 포진한다는 것이다. 강한 2번 타자를 두면서도 3번 타자의 타격감에 따라 영향을 받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4번 타자 이대호는 올 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0.341를 기록했다. 롯데가 상위 타순에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득점력 향상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