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란 그림자가 연예계를 덮쳤다. 한 달 사이에 두 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잇따른 비보에 연예계는 그저 비통할 뿐이다.
지난 21일 갑작스러운 비보가 들려왔다. 배우 전태수의 사망 소식이 바로 그것. 약 4년 동안 연예 활동을 중단했던 전태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호전돼 복귀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돼 버리고 말았다.
연예인의 우울증 문제는 비단 전태수의 일만이 아니다. 앞서 고 이은주·최진실·채동하 등 수많은 스타들이 우울증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약 한 달 전에 세상과 유명을 달리한 샤이니 멤버 고 종현도 우울증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 종현은 유서에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 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워 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라고 남겼다.
지난 2009년 배우 박진희는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 논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관한 연구'를 통해 '자살과 먼 거리에 있을 것만 같은 연예인 전체의 40%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화려한 곳에 더 큰 그림자가 드리우는 법이라 했던가. 연예계는 굉장히 화려하지만 한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적인 부분은 쉽게 상처받기에 최적화된 조직이다. 톱스타가 되기 위해 과한 경쟁을 해야 해고, 때로는 미래가 없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또한 악플과 전쟁도 치러야 한다. '화려한 감정 노동자'인 셈이다.
강남심리치료센터 곽현종 원장은 22일 전화 통화에서 "연예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40% 이상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신 건강을 돌봄에 있어 굉장히 취약한 나라"라며 "연예인은 인기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성공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직업이다.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게 아니고 CF나 영화 등을 찍는 소수만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다. 대중이 기억해 줄 땐 자신의 존재감이 확인되다가도 잊히면 자신 곁에 아무도 없다는 허무함·공허함·불안감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완치가 불가능할까. 곽 원장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많은 분들이 약물 치료에 의존한다. 약을 먹을 땐 감정이 편안하긴 하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근본적인 내면의 변화를 위해 심리 치료를 하는 걸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이다 보니 우울증을 밝히는 걸 꺼린다. 억압 문화가 다분한 한국에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을 우수한 사람으로 평가한다"며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면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숨겨야만 하는 상황이 많다"고 덧붙였다.
곽 원장은 스타들의 잇단 죽음으로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그 영향으로 힘든 감정이 더욱 심화돼 따라 자살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했다. 곽 원장은 "연예인들의 행동은 파급효과가 크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크다.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주변에서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돌봐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