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터키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신태용호 24명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이다. 바늘구멍처럼 좁기만 한 러시아행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터키에서 치르는 3번의 친선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최대한 증명해야 한다.
신태용(48)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유럽파가 없는 상황에서 새 얼굴을 포함한 국내파들이 팀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는지 확인하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유럽파들의 컨디션 난조 혹은 부상을 대비해 플랜B가 되어줄 선수들을 찾는 것, 또 '히든 카드' 역할을 해줄 선수들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 3월 A매치는 유럽파 차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파들에겐 사실상 이번 터키 전지훈련이 마지막 기회다. 유럽파, 그리고 러시아행이 확실한 선수들의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 신태용호의 포지션별 '경쟁자'들은 누구일까.
◇손흥민과 함께 뛸 한 명은 누구
터키 전지훈련에서 국내파 공격진이 신경 쓸 키워드는 단 하나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이자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는 손흥민(26·토트넘)과 함께 뛸 한 명의 공격수가 필요하다.
일단 국내파 중심으로 치러진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과 이번 터키 전지훈련 첫 경기까지, 지금까지의 경쟁을 보면 김신욱(30·전북 현대)이 앞서있는 분위기다. 김신욱은 몰도바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몰도바전에서 투톱 선발로 나섰던 진성욱(25·제주 유나이티드) 김승대(25·포항 스틸러스)에 비하면 여유와 안정감이 느껴지는 플레이였다. 물론 진성욱과 김승대도 아직 2경기가 남은 만큼 확실한 공격력을 선보인다면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넘어야 할 관문은 또 있다. 김신욱을 비롯한 국내파 공격수들이 월드컵으로 가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경쟁자, 황희찬(22·잘츠부르크)과 석현준(27·트루아) 등 해외파 공격수들을 넘어야 한다.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3월 대표팀에 다시 이름이 불릴 수 있는 만큼, 이번 전지훈련은 국내파 공격수들의 '생존경쟁' 1단계가 되는 셈이다.
◇바늘구멍 통과하기 같은 중원 경쟁
중원은 기존 선수들의 승선이 확실시되는 포지션이다. 대체 불가의 사령관 기성용(29·스완지 시티)과 2선의 핵심 선수들인 이재성(26·전북) 권창훈(24·디종) 등은 부상 등의 사정이 없으면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2선 자원인 윤일록(28·요코하마 F마리노스) 염기훈(35·수원 삼성) 이근호(33·강원 FC) 등도 유력한 승선 후보다. 여기에 기성용 파트너로 끊임없이 거론됐던 정우영(29·빗셀 고베) 지난해 평가전에서 두각을 드러낸 고요한(30·FC 서울) 등이 러시아행을 위해 경쟁 중이라, 그 어느 포지션보다 파고들 틈이 적은 편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선 전지훈련 3경기서 자신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몰도바전에서 중원을 지킨 이찬동(25·제주 유나이티드) 김성준(30·서울)을 비롯해 '도전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좌우 풀백, 그리고 김민재 파트너 찾기
수비 조합은 신 감독이 늘 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특히 왼쪽 측면의 경우 김진수(26·전북 현대) 김민우(28·상주 상무)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홍철(28·상주)도 러시아행 가능성을 보였다. "인력 풀을 넓히겠다"던 신 감독의 이번 전지훈련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다. 남은 2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고려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최철순(31·전북)이 버티고 있는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변칙 기용이 가능한 고요한과 김태환(29·상주)이라는 카드가 있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신 감독이 중앙 수비의 중심으로 낙점한 김민재(22·전북 현대)가 부상에서 무사히 복귀, 이번 몰도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날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함께 중앙 수비수로 나선 김민재는 상대의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비를 이끌었다. 파트너가 장현수(27·FC 도쿄)로 바뀐 후반전에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수비진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부상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경기력이었다.
◇수문장 경쟁…김승규·조현우 2파전?
그동안 대표팀 수문장 경쟁은 김승규(28·빗셀 고베)와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의 2파전 구도였다. 그러나 세 번째 골키퍼, 조현우(27·대구 FC)의 등장으로 골키퍼 경쟁 구도가 바뀌었다. 김승규가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 말 일본에서 열린 E-1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한 사이, 조현우가 2차전 북한전과 3차전 일본전 선발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단숨에 주전 경쟁에 합류한 것. 11월 세르비아와 평가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는 E-1 챔피언십에서 최우수 골키퍼상까지 받는 등 실력을 과시하며 러시아행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이번 터키 전지훈련에서도 신 감독은 첫 번째 친선경기였던 몰도바전에 조현우를 주전으로 기용하며 신뢰를 보였다. 김승규가 대표팀에 복귀한 만큼, 조현우와 2파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