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엔터팀이 새로운 코너 '취중Dol'을 선보입니다. 인기코너 '취중토크'의 젊고 가벼운 스핀오프 버전입니다. 차세대 K팝, K컬처를 이끌 트렌디한 아이돌 스타들의 톡톡 튀는 요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정은채(31)는 신비할 정도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배우다. 2010년 영화 '초능력자'의 강동원 상대역으로 주목받으며 데뷔했지만, 이후 '관객이 좋아할 법한 영화' 보다는 '관객이 좋아했으면 하는 영화'에 출연했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자유의 언덕', 홍상수 감독의 작품만 2편을 찍었고, 저예산 영화 '더 테이블(김종관 감독)'이 가장 최근작이다. 신비주의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바로 이 한결같은 취향 때문일 터다.
하지만 정은채는 정작 '신비주의'라는 단어에 손사레를 치며 "제가 신비주의요? 원한적도 없고, 그렇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라며 꺄르르 웃었다. 오로지 작품 혹은 화보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같은 이미지라는 말에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 겠네요"라며 다부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지난해부터 작품을 통해 슬슬 엿볼 수 있었다.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에서 조인성의 철딱서니없고 능청스러운 여동생으로 변신을 꾀하는가 하면, 200억 대작 사극 '안시성(김광식 감독)'을 차기작으로 택하는 초강수도 뒀다.
또 최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설수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정은채에게는 도전이나 다름 없었던 SBS 드라마 '리턴' 출연도 대중에게 한발짝 더 다가서기 위한 그녀의 옹골찬 선택이었다. 17%가 넘는 시청률은 정은채의 신비주의 벽을 깨긴 충분했다. 업계 선배이자 한솥밥을 먹고 있는 가족 고현정은 정은채에게 "바라만 봐도 멋진 선배"다.
이태원에 위치한 정은채의 단골 바에서 진행된 취중토크는 오로지 정은채와 취중토크를 위한 자리가 됐다. 하지 못할 말은 없었고, 하고 싶지 않은 말도 없었다. 연애 이야기도 마찬가지. "불꽃튀는 사랑은 해본 적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강아지 이야기를 한아름 꺼내 놓기도 했다.
패셔니스타지만 옷은 잘 사지 않고, 가장 통화를 많이 하는 사람은 '어머니'라는 의외성 그간 알지 못했던 정은채의 매력을 소문내고 싶게 만들었다. 인터뷰 중간 중간 내 집에 초대한 마냥 그릇과 음료를 착착 챙겨내는 싹싹함까지. 정은채의 말처럼 신비주의는 대중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일 뿐이었다. 주량도 좋다. 와인 두 병을 거뜬하게 홀짝 홀짝 삼켰다.
>>②에서 이어집니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출연했는데, 다른 영화 촬영 현장과는 다른가요. "배우들 입장에서는 준비된 상태로 현장에 나가지 않아요. 굉장히 즉흥적이고 즉각적 연기를 해야 해요. 그래서 정말 몰입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일반적인 촬영 현장과는 많이 달라요. 대사량이 정말 많은데, 거의 한 장면에 한 컷으로 촬영이 진행돼요. 대사 실수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거죠. 굉장히 정신 차리고 집중해야 해요.
-홍상수 감독의 작품으로 상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잘해서 받은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송구스러웠어요. 현장에서는 그냥 즐겁게 촬영했는데, 상은 뒤늦게 받는 거잖아요. 마음이 들뜨기 보다는 가라앉아요. 다른 또 어떤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겹쳤어요. 정말 신인배우였을 때니까 더 마음이 무거웠죠."
-패셔니스타로 유명하죠. "관심 없다고 하면 좀 그럴까요?(웃음) 아무래도 디자인 쪽을 전공하다 보니까 관심 아닌 관심이 있기는 해요. 근데 편안하고 본인에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쇼핑도 안 하거든요. 버리는건 잘 하는데 사는건 안해요. 크게 소비하는 것이 없죠."
-의외네요. 넓은 드레스룸이 상상되는데요. "'오늘 뭐 좀 샀는데?' 하면 주변에서 '그래, 좀 사라 사!'라고 해요.(웃음) 특히 옷은 유행이 돌고 돌 잖아요. 그것에 맞출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죠."
-가장 큰 사치를 부린 순간은 언제인가요. "음…. 뭐가 있을까. 여행? 재작년쯤 파리에서 한 달 정도 살았거든요. 그땐 집도 빌려야 했으니까요. 여행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스트레스를 주로 여행으로 푸는 편인가요. "원래 뭔가를 하면서 한번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조금씩 흘려 보내죠. 그 패턴을 저도 찾고 있어요. 한강에서 몇 시간을 가만히 누워 있기도 해요. 강아지랑 같이. 키운지 4년 정도 됐는데 주인 성격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웃음)"
-애초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을 것 같아요. "길게 가져가지는 않아요. 깊게 담아두지도 않고요. 뭐든 잘 스쳐요.(웃음) 바쁠 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멍하게 있고 싶으니까 그렇게 지냈을 때를 생각하면서 '왜 만끽하지 못했을까' 반성하고, 쉴 땐 열정 넘치게 일했던 현장을 떠올려요. 반복이죠. 주어진 지금보다 그 반대를 계속 갈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너 지금 너무 좋은 상태야. 누려야지'라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여러 번 겪다 보니까 정리가 되더라고요."
-연애는 하나요. "안 해요. 하하. 안 하는게 이제 자랑은 아닌데 안 하고 있네요. 휴대폰 통화 목록에 지분율이 제일 높은 사람도 엄마에요."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요. 끌리는 스타일은요. "음…. 음…. 이거 진짜 어렵네요."
-지금까지 연애 상대들의 공통점 있나요. "글쎄.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착한 사람? 하하. 말하면서도 웃기네요. 섬세한 사람?(웃음)"
-솔직히 외모는 많이 안 볼 것 같아요. "정확히 맞추셨어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외모는 안 봐요.(웃음) 나이, 직업도 따지지 않아요. 사랑할 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으니까요."
-잘 싸우지도 않을 것 같고요. 소리 지르면서 싸워본 적 있나요. "연애할 때 소리 지를 일이 있나요? 그렇게 화려한 연애도, 심오한 연애도 해보지 못했어요. 그런 식의 불꽃 튀는 사랑은 없었죠.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 그랬어요. 크게 싸울 일 자체가 없더라고요. 물론 이별할 때까지 차분하면 냉혈인이죠.(웃음) 연애도 평범한 것 같아요. 남들 하는 것처럼 똑같이."
-배우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작품 고민이 제일 많죠. 좋은 작업을 계속 하고 싶어요. 다른 배우들이 그렇듯 저도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극과 극이에요. 하드보일드한 캐릭터를 연기 해보고 싶기도 하고, 정적인 멜로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기회가 있으면 액션 연기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외 진출 욕심은 없나요. "정말 하고 싶어요. 기회만 된다면 해외로 뻗어 나가고 싶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