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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673. 장자의 경고
2월은 1년 열두 달 중 가장 짧다. 음력으로 보면 설날과 입춘이 있어 실질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지금 평창에서는 스포츠 축제인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있어 매일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1988년 이후 30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며 겨울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뜻깊고 중요한 달에 문득 장자의 경고가 떠오른다. 장자는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여덟 가지 과오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자신이 할 일도 아닌데 덤비는 주착, 상대가 청하지 않았는데 의견을 말하는 망령, 남의 비위를 맞추려 말하는 아첨,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말하는 푼수,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참소, 타인의 관계를 갈라놓는 이간질, 나쁜 짓을 칭찬해 사람을 타락시키는 간특,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비위를 맞춰 상대방의 속셈을 뽑아 보는 것을 음흉이라고 한다.
그중에 제일 첫 번째가 주착이다. 자신이 할 일도 아닌데 덤비는 과실을 주착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흔히 ‘주책맞다’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주착’의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쓸데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고, 오지랖을 떨며 자신의 일도 아닌데 덤벼드는 사람들이다.
요즘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고 한다. 연예인 누가 이혼했고, 누가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또 누가 건물을 샀는데 얼마가 올랐다, 누가 사업하다 망했다는 둥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시시각각 SNS에 접속해 남이 어떻게 사는지, 해외여행은 어디로 갔는지, 새 차는 무엇으로 바꿨는지 지나치게 집착하며 관심을 가지면 그 또한 주착이다.
장자가 경고하는 여덟 가지 과오에는 ‘참나’가 없다. 즉 진정한 자기가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과오라고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주착 역시 자신이 있는 듯하나 사실 ‘나’는 없는 것이다. 주착을 멀리 하려면 우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산에 오를 때 제1 원칙이 내 발등을 잘 바라보는 일이다. 내 위치가 어디에 있는 줄 알아야 분수를 파악한다.
며칠 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평창겨울올림픽에 참석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받았다.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보려는 북한의 꼼수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음을 모르지 않지만 우리가 마련한 잔치니 즐겁게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김여정은 여러 취재진들이 방남 소감을 물었지만 답은 하지 않은 채 미소만 지었다. 그런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한다는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스포츠를 핑계로 삼아 평화의 제스처를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이번 방남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언론사들은 그런 김여정의 미소를 모나리자의 미소와 비교한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모나리자의 미소는 약 83%만이 진짜 미소고, 나머지 17%는 분노·슬픔·초조와 오만이 묘하게 섞여 있다. 모나리자의 풍부한 감정이 세기적인 미소를 만들 수 있었다면 김여정이 보여 준 미소 뒤에는 어떤 감정들이 숨겨져 있을까.
스포츠는 비정치적이며 평화와 화합을 상징한다. 그러나 평창겨울올림픽을 둘러싸고 북·미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남북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금방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2월은 평창의 달이면서 평화의 달이다. 수천 년 전 장자가 얘기한 경고를 조심하고 진정한 ‘나’로 다가갈 때가 아닌가 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