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 기업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월에 을지로 사옥을 떠나 신용산 시대를 열었다. 지하 7층 지상 22층의 신사옥은 규모와 시설, 디자인 면에서 뷰티 선두 그룹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 둥지에서 출발한 아모레는 신축 건물 내 환기 작업을 마무리한 뒤에 늦어도 2~3월께는 내부 프레스룸을 언론에 공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아모레는 아직 프레스룸 공개 날짜를 '잠정적 미정' 상태로 두고 있다. 최근 안팎으로 겹친 악재 탓이 크다.
아모레는 올해도 뒤숭숭하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 소속 직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아모레 본사에 파견,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6개 계열사 등 총 7개 사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오너인 서경배 회장의 지분만 51.16%에 달하는 아모레가 사익 편취 등을 위해 내부 계열사에 부당 지원해 왔는지 확인하고 있다. 더불어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도 자세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단순한 '조사'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국 가용 인원인 54명 중에 23명을 이번 조사에 모두 투입했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사 강도나 규모 면에서 상당히 센 편이다. 아모레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는 지난해 중국발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는 물론이고 대륙과 아시아 업계 1위던 아모레는 경쟁사인 LG생활건강에 '대장주'를 내줬다. 업계는 '만년 2등'이 선두로 올라선 사실보다 아모레의 2등행에 더 관심을 보였다.
아모레 관계자는 "공정위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무슨 조사를 하는지에 대해 전달받은 것이 없다. 조사와 관련한 자료 등은 그룹사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모레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러 내부적인 상황으로 프레스룸 공개 시점은 미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