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하나금융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았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2014년 3월 하나금융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았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하나금융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채용 비리·특혜 대출 등 혐의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흥식 금감원장의 채용 청탁 의혹이 터지면서 양측의 대립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학 동기의 아들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원장이 자신의 친구 아들이 KEB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말을 하나은행 인사팀에 전 달했고 덕분에 이 지원자는 평가 점수가 합격선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채용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단순 추천은 있었지만 점수 조작 등 인위적으로 합격하도록 특혜를 준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실제 인위적 점수 조작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단순 추천도 특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취업준비생들은 회사의 내부 인사로부터 추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지원자의 이름을 지주사 사장이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특혜라는 것이다. 난감한 상황에 몰린 금감원은 하나은행 측에 인사 과정에서 인위적인 점수 조작 등 특혜가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금융 당국이 피감기관에 '내부 자료를 공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최 원장이 채용 비리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나금융에 대한 의구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작년 말에 불거진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당국의 조사에서 2015~2017년 자료가 모두 삭제되고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최 원장과 관련한 채용 비리 의혹은 2013년 일이다. 일부에서는 최 원장과 관련한 채용 비리 의혹이 하나금융 내부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최 원장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의 '셀프연임'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3회 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금감원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인 이상화 전 본부장의 특혜 승진과 관련해 김 회장이 은행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또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터진 은행권의 채용 비리 의혹을 조사했으며 하나은행에서 가장 많은 13건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올해 들어 두 차례나 하나은행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나금융은 금감원과 확전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그가 특정 인물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용과정에서 개입이나 점수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