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밤(이창희 감독)'에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까지 연타석 홈런이다. 오랜만에 스크린과 브라운과으로 동시 컴백한 김강우(41)가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급변한 날씨와 계속된 산속 촬영 탓에 감기를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피곤함은 싹 씻겨 내려갈 정도의 호응과 호평이다. "요즘 연기가 한창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영화에서는 재벌 회장의 꼭두각시 남편으로, 드라마에서는 깊은 산 속에 사는 자연인으로 극강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블랙 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민함은 물론, 맹추위 속에 살아 남겠다는 의지만 강한 야생 패션의 친근함까지 모두 '상남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섭렵할 수 있는 김강우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잘생겼다"는 평은 빠짐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번에 하나' 밖에 할 수 없다는 김강우는 일할 때는 오로지 촬영에만 매진, 남은 시간을 모조리 가족들에게 할애하려는 노력형 남편이자 아빠다. "배우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가족과 구성원의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것 같다"고 밝힌 김강우는 "그래서 미안한만큼 고맙고 그 이상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국민 남편, 국민 형부라는 애칭이 여전히 김강우를 졸졸 따라 다니는 이유다.
- '사라진 밤'에 대한 호평이 남다르다. "영화 자체도 빠르고 신선하지만 단순 악역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인물에 연민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이 살았더라. 용서 받을 수 있는 느낌이랄까? 감독님께서 신경써 주신 것 같아 좋았다."
- 원작과 다른 분위기다. "원작은 유럽 영화라 더 그런지 무심한 면이 있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돼'라고 하는데 우리 영화는 그것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꼼꼼하게 감정을 쌓아 올린다. 그래서 원작을 볼 땐 멋있기는 한데 감정적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내 캐릭터 역시 원작보다 훨씬 연민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나리오 만족도는 어땠나. "난 원래 좀 솔직하게 인터뷰하는 스타일인데…. 영화가 훨씬 낫다.(웃음) 시나리오만 봤을 땐 형식적인 것 같았고, '반전을 위한 반전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영화는 한명 한명의 캐릭터가 이해됐다. 심적으로 받아 들여지니까 완성도도 훨씬 좋더라."
- 감정적 압박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다르게 초반부터 어떤 사건을 까놓고 시작하지 않나. 관객들은 내 심리를 따라간다. 거짓말 하고, 숨기려 하고. 그것이 잘 표현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최대한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 '경제적이다, 가성비 최고의 작품이다'는 말이 나왔는데 배우로서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 같다. "맞다. 불안했다. 물론 현장에서 덜 찍으면 배우는 편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경우를 많이 봤다. (김)상경 선배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감독님께 '이건 좀 찍어 두는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말씀을 많이 드렸다. 근데 감독님은 되게 자신있게 '아니에요'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제작사 눈치를 많이 보나? 콘티대로만 찍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나?'라는 추측까지 했다.(웃음) 심지어 제작사에도 '많이 찍어도 된다'고 했다. 감독님의 자신감은 곧 능력이었다."
- 결과가 좋으니 다행이다. "정말 스마트한 감독님이라는걸 몸소 느꼈다. 연출과 콘티가 완벽하지 않을 때 배우는 제일 답답함을 느낀다. 근데 이창희 감독님은 배우에게나, 제작자에게나 아주 좋은 신인 감독님인 것 같다. 나도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감독님은 의외로 유머러스한 구석이 있다. 낭만도 있고, 캠핑도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재미있게 사는 양반이다. 왜 스릴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하하."
- 배우가 인정하는 입봉작이면 사실상 성공작이다. "사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절반은 감독님의 단편영화 때문이다. '소름'이라는 단편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더라. 신인 감독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확 안심이 되더라."
- 재벌의 남편이다. 외향적으로 준비한 부분은 무엇인가. "굴지의 기업 오너 남편이지만 학자의 길을 걷고 싶었던 사람이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아내의 손길을 받아야 하고 그것을 엄청난 스트레스로 생각한다. 예민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좋을 것 같았다. 과한 멋을 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서 묻어나는 신사같은 모습.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하룻밤만에 파멸해 가고, 심리적 압박을 받아 수척해지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 체중 조절도 일부러 한 것인가. "저절로 빠졌다. 난 잠을 못자면 살이 빠지는 스타일이다. 다행히 세트 촬영이 속된 말로 빡셌다. 내 분량이 많았고, 심리적으로도 예민한 상태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적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상경이 형과 감독님이 굉장한 애주가인데 난 자리만 갔다가 스윽 빠지곤 했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잔 정도?(웃음)"
-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캐릭터다. "진한은 아내의 집착과 나이차에서 오는 열등감, 자격지심이 있는 인물이다. 아내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스스로 능력도 있고 재력도 있지만 멋지고 스마트한 남자를 부속물로 두려고 한다. 진한 역시도 더 큰 명예와 권력을 얻고 싶은 욕망에 함께 한 것이지만. 하지만 살면서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었나.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해 힘겨워 한다." - 요즘 '키링남'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진한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 같다. '차 사줄까?'라는 말을 듣고 있으니까.(웃음) 극중 설희(김희애)가 진한에게 '귀여워'라는 말을 하지만 나 스스로는 귀여워 보이기 위해 연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대사가 두 사람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 줬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지배관계 아닌가."
- 김희애와의 호흡은 어땠나. "실제 선배님은 소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너무 좋다. 내 입장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봐 왔던 분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독보적 이미지가 있다. 연기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대사를 칠 때 당신만의 느낌이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촬영할 때 뿐이고 평소에는 정말 소녀 같다. 여배우 특유의 예민함도 전혀 없다. 그래서 연기할 땐 되려 현실 김희애의 이미지를 지우고 연기하려 했다."
- '뮤즈'라고 표현 했는데. "하도 '뮤즈, 뮤즈'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선배님이 '너무 녹음기처럼 누르면 뮤즈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더라.(웃음) 그토록 오랜시간 환상을 계속 갖게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선배님은 남녀 성별을 떠나 배우로서, 인생 선배로서 하나의 본보기라 생각한다. 존경심이 생긴다. 그 모든 것을 합쳐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 김상경과는 두번째 만남이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처음 뵀고 이번에 또 뵙게 됐다. 상경 선배는 실제 대학(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 선배이기도 하다. 5기수 선배다. 엄청 따뜻한 선배였다. 과 특성상 규율이 엄하고 무서웠고 패밀리십도 강했는데 형님 기수에서 그걸 많이 바꿔주셨다. 학과발전위원장으로 활동 하시기도 했다.(웃음) 김석훈 선배도 같은 기수셨고.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형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