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밤(이창희 감독)'에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까지 연타석 홈런이다. 오랜만에 스크린과 브라운과으로 동시 컴백한 김강우(41)가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급변한 날씨와 계속된 산속 촬영 탓에 감기를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피곤함은 싹 씻겨 내려갈 정도의 호응과 호평이다. "요즘 연기가 한창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영화에서는 재벌 회장의 꼭두각시 남편으로, 드라마에서는 깊은 산 속에 사는 자연인으로 극강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블랙 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민함은 물론, 맹추위 속에 살아 남겠다는 의지만 강한 야생 패션의 친근함까지 모두 '상남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섭렵할 수 있는 김강우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도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잘생겼다"는 평은 빠짐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번에 하나' 밖에 할 수 없다는 김강우는 일할 때는 오로지 촬영에만 매진, 남은 시간을 모조리 가족들에게 할애하려는 노력형 남편이자 아빠다. "배우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가족과 구성원의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것 같다"고 밝힌 김강우는 "그래서 미안한만큼 고맙고 그 이상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국민 남편, 국민 형부라는 애칭이 여전히 김강우를 졸졸 따라 다니는 이유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진한처럼 누군가에 기눌려 본 경험도 있나. "없다. 그럼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고 진짜 못살 것 같다. 진한은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사라지는 상황이다. 정신적 데미지가 제일 무서운 것 같다. 본인만 알 수 있는 고통이니까."
- 연기하기 어렵지는 않았나. "'간신' 때도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했는데 연기 자체는 연산군 같은 역할이 더 편하다. 쭉쭉 그어 나가면 된다. 근데 진한은 계속 다른 것을 감아서 들어와야 한다. 그러면서 내보내 줘야 하기 때문에 리액션도 장면마다 조금씩 다 달라야 한다. 연산은 던지면 다른 사람들이 수습을 하는데 진한은 오는 것을 내가 다 받아 표현해야 했으니까. 힘든만큼 보람은 있다."
- 스릴러 장르가 사랑받는 만큼 스토리의 한계성에 대한 지적도 늘 있다.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해외 드라마·영화는 물론, 국내 드라마들까지 장르를 많이 다루고 있지 않나. 확실한 차별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게 또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이것 저것 다 신경 안 쓰고 다가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다고 믿으면 배우들도 뻔뻔하게 밀고 나가야지. 우리는 감독님 자체가 그런 걱정과 고민을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웃음) 그 점을 관객분들도 잘 봐주실거라 믿는다."
- 개인적으로는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 편인가. "난 진짜 장르 불문이다. 주성치부터 히치콕까지 다 본다. 스릴러를 보면 코미디가 보고싶고, 코미디를 보면 멜로가 보고싶지 않나. 장르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스스로 느끼고 있다."
- 그간 세고 강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최근에는 이전보다 좀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일부러 선택한 변화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다르듯, 내 선택도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짜장면을 먹으면 짬뽕이 먹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하나만 하면 지루하니까. 사람들은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도 왜 했냐고 하는데 하고 싶었다. 그런 것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 '데릴남편 오작두' 반응도 좋다. "그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와는 다른 분위기였고,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하는 드라마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장르가 비슷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 드라마를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스포츠 채널을 보기 위해 리모콘을 돌리다 보면 이 드라마가 이 드라마 같고, 저 드라마가 이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배우만 바뀌었지 사건 위주의 드라마가 많아 '일부러 이러나?' 싶기도 했다. 또 쉽게 보면 사실 정상은 오작두인데 비정상처럼 생각하지 않나. '특색있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잘 쌓아왔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런 그래프에 대한 생각은 버린지 오래다.(웃음) 올해 내가 41살이 됐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제서야 연기가 재미있다. 축구를 해도 사람마다 첫날 재미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년을 해도 고통스럽다가 아주 나중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나. '재미를 느낄 때까지 잘 버텨줬다'는 생각은 한다. 앞으로 10년을 이런 마음으로 또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나. "당연하다. 배우도 사람이기 때문에 안주하게 될 때가 있고 '내 안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불안감의 시간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좋지 않다. 그냥 가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