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민기가 경찰 조사를 앞두고 사망하면서 '미투' 운동의 화살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무자비한 익명 폭로에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고 조민기는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청주대 교수로 역임할 당시 학생들을 잇따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풀지 못하게 됐다.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미투' 운동의 본질도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성을 지닌 대다수가 고인에게 폭력을 가했고, 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때문에 고 조민기 사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투 운동 부작용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청원자는 "익명 증언으로 이뤄지는 무차별식 폭로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변질된 '미투'는 개인간의 피해 뿐만 아니라 국가적 이미지 손실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익명성 뒤에 숨은 무분별한 저격식 폭로는 의혹의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인신공격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부작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고 조민기의 성추행을 최초로 폭로한 연극배우 송하늘에게 악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고 조민기의 사망 원인을 송하늘에게 전가시키는 듯한 댓글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차별적인 폭로와 마녀사냥식 여론이 적잖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는 인신공격성으로 번지며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본질은 피해자의 보호다. 이제서야 용기낸 피해자들인데 조민기 사망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제도적으로 보호 받지 못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미투' 운동을 반대하면 안 된다는 입장.
피해자들의 좁아지는 입지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사실을 적시해 공개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다.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 이 같은 비판이 일어나자 정부는 최근 대책의 일환으로 '미투' 사건 수사 과정에선 위법성의 조각사유(형법 310조)를 적극 적용해 성폭력 피해자가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미투 폭로에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기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해야한다. 확실한 가이드 라인도 필요하다.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