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는 지난해 KBS 2TV 미니시리즈 '맨홀' 주연으로 나섰다가 부진의 늪에 빠져 진땀을 흘렸다. 역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불명예를 안았다. 작품성도 실망스러웠지만, 유이의 연기력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다.
실패는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 모성애 짙은 절절한 멜로 연기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MBC 주말극 '결혼계약'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활약 중이다. 극한의 현실을 사는 30대 중반 커리어우먼 한승주로 분했다.
유이는 본인의 실제 나이보다 5살 정도가 많은 캐릭터를 소화 중이다. 여주인공을 두고 캐스팅 난항을 겪었던 '데릴남편 오작두'였지만, 유이가 그 자리를 꿰찼고 우려를 딛고 맛깔나게 살려내고 있다. 전작의 부진을 깨끗하게 씻었다. 한승주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마로 인한 상처가 크다. 가족이 있지만 남보다 못한 존재. 돈이 필요하지 않으면 유이를 찾지 않았다. 늘 혼자였다. 유일하게 보듬어주던 고모가 죽음을 맞고, 세입자가 살인 당한 걸 목격하면서 정신적인 혼란이 찾아왔다. 그 혼란을 따뜻하게 위로해준 사람이 바로 김강우(오작두)였다.
유이는 10살 연상 김강우와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펼치고 있다. 우직한 시골 청년과 일밖에 모르는 허당녀의 만남을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내고 있다.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으로 매회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무게감을 내려놓고 극에 몰입한 유이는 김강우, 정상훈(에릭조), 한선화(장은조)와 엮인 관계를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김강우와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애틋한 로맨스를, 정상훈과는 코믹 로맨스를, 한선화와는 김강우를 둔 보이지 않는 경쟁 관계를 그리고 있다. 깊어진 감정선으로 '주말퀸' 자리를 넘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