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 가르시아(33)가 LG의 오랜 4번타자 고민을 날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모습만 보면 그렇다.
아도니스는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9일까지 타율 0.404로 리그 5위에 올라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선 가장 높다.
'중장거리 타자'로 평가받는 그는 장타력에 관한 걱정도 떨쳐냈다. 3일 두산전에서 KBO 리그 데뷔 홈런을 쏘아올린 뒤 6일 롯데전서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타점 생산 능력(14개)도 좋다. 타율·타점은 팀 내 1위, 홈런은 김현수·유강남과 팀 내 공동 1위다.
LG의 4번타자로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그는 "적응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리그에 와서 수정, 반복을 거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핫코너인 3루 수비를 맡아 실책(4개)은 다소 많지만 어깨가 강하다. 지난 6일 롯데전에서 KBO 리그 역대 70번째 삼중살을 만들었다. 류중일 LG 감독은 "가르시아의 스윙 궤적을 보면 (방망이와 공의) 맞는 면적이 많다.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많은 이유다"며 "수비도 곧잘한다"고 칭찬했다.
'쿠바 출신' 가르시아는 LG와 총액 80만 달러(약 8억 5000만원)에 입단 계약한 오른손 타자. 최근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했다. 2015년 애틀란타에서 데뷔해 3시즌 동안 통산 24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7(896타수 239안타) 29홈런·110타점을 기록했다. 2016시즌에는 애틀랜타 주전 3루수로 뛰며 134경기에서 타율 0.273(532타수 145안타) 14홈런·65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LG 유니폼을 입고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는 2008~2009년 타율 0.338, 33홈런, 135타점을 올린 로베르토 페타지니다. 이후 선택한 외국인 타자들은 대부분 기대에 못미쳤다. 2014년 조쉬 벨과 브래드 스나이더는 한 시즌을 통째로 뛰지 못했다. 교체 용병으로 들어온 루이스 히메네스는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한 끝에 중도 퇴출됐다. 특히 2016년 전반기엔 22홈런(80경기)을 쳤으나, 후반기 4홈런(55경기)에 그쳐 LG의 고민이 깊었다. 지난해 7월 히메네스를 퇴출하고 ML 통산 홈런 108개를 기록한 로니를 전격 영입했으나 로니는 2군행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가르시아는 조용한 편이다. 그는 "나만의 조용한 공간이 좋다. 명상을 통해 좋은 기억만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위치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준비한다. 타격감 유지를 위해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 훈련한다. 욕심을 가지기 보단 팀 승리를 위해 앞장선다. "내가 잘쳐도 팀이 패하면 슬프다. 반대로 내가 4타수 무안타를 쳐도 팀이 승리하면 기쁘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주장 박용택을 비롯해 (2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김현수가 외국(한국)생활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섬세하게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팀에 늦게 합류한 오지환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시간이 지나면 내 응원가에 리듬을 타며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