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말할 수 없을 뿐 이창동의 미스터리 신세계는 이미 열렸다. '버닝'이 고요한 파동 속 칸으로 향한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버닝(이창동 감독)'은 16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시30분) 약 3000석 규모의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스크리닝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세계 영화인들 앞에 소개된다. 같은 시간 드뷔시 극장과 바쟁 극장에서는 프레스 스크리닝도 진행, 대규모 상영회가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14일 오후 2시 언론시사회, 7시30분 VIP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된 '버닝'이다. 뚜껑은 열렸고 베일은 벗겨졌다. 다만 모두 입을 맞춘 듯 '버닝'과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함구하고 있어 영화 팬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월드 프리미어 규정상 영화 스토리와 관련된 리뷰는 칸 현지 상영이 끝난 후 게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엠바고는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6시. 칸 반응부터 묶어두었던 국내 리뷰까지 한날한시 양국에서 쏟아질 평가들에 영화 관계자들과 취재진 역시 그 내용이 궁금하긴 매한가지다.
'버닝'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세 젊은이 종수, 벤, 해미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는다.
스티브 연과 유아인, 그리고 신예 전종서가 이창동 감독에게 낙점돼 열연을 펼쳤다. 거장 이창동의 카메라에 담긴 이들의 모습, 이창동 감독의 디렉팅에 맞춰 연기했을 이들의 새로운 연기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선함'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MBC 최승호 사장은 유아인 아버지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칸 공개가 다가올 수록, 개봉이 다가올 수록 '버닝'의 원작이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에 대한 관심도 치솟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헛간을 태우다'의 전체적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 네티즌들의 사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14일 오후 VIP시사회 무대인사를 통해 국내 첫 관객들 앞에서 인사한 '버닝' 팀은 15일 칸으로 향한다.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는 꿈의 무대라 일컬어지는 칸 레드카펫을 밟은 후, 공식 스크리닝, 포토콜, 기자회견, 언론인터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창동 감독은 앞서 '버닝'에 대해 "그 자체로 미스터리한 영화다. 이 세상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있다"며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과 '버닝'은 관객에게 말을 걸었고, 관객들은 이에 합당한 답을 전하면 된다. 물론 묵언도 또 다른 의미의 답이 될 수 있다. 과연 국내와 해외 반응은 같을지, 국적을 떠나 관객 개개인은 '버닝'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 받았을지, 호불호가 갈릴지, 찬사만 쏟아질지. 그 모든 이야기들까지 합쳐져야 진정한 '버닝' 세계가 완성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