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를 놓고 일전을 벌인다. 17일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금융위원회의 첫 감리위원회 회의에서다. 이 결과에 따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폐지를 당하는 등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날 감리위는 대심제로 열린다. 대심제는 분식회계 같은 회계부정이나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검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진행하는 것이다. 양측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쟁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혹에 대한 최종 결론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내리지만 감리위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날 감리위의 첫 심판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나오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 의혹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뻥튀기’ 했는지의 여부다.
2016년 11월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내다가 2015년 갑자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갑자기 바꿨다. 이 과정에서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의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감리를 한 차례 받았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참여연대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분식회계와 상장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한 달 만에 특별감리를 결정했다. 이후 1년이 넘게 지난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특별감리에 대한 조치사전통지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 조치에 반발했다.
조치사전통지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분식회계는 없었다"며 반박하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5일에는 금감원에 회계처리 규정 위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폭락했고 3일 만에 시가총액 약 8조원이 증발했다. 이 때문에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금감원을 상대로 한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려 했느냐 여부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와 함께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에피스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돼 갑자기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7월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레터를 받았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자신들이 확보한 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된 회계법인들을 조사하고 있는데, 부족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혐의는 2015년 7월에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2015년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기로 하면서 국민연금이 볼 손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 등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특검 보고서를 의혹의 근거로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합병 시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도 감리위에서 규명할 것”이라며 “회사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