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의 절친 토크③-배구 장윤창]"태용이가 16강 못 가면 실패? 韓 축구 현실 못 보고 비난만 한다"
등록2018.06.11 06:00
(신)태용이와 장윤창이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요?
배구인 출신이지만 나도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를 했어요. 축구를 아주 조금 알고 있습니다.(웃음)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배구로 종목을 바꿨지요. 태용이와는 축구로 친해진 건 아닙니다.
스포츠인들은 종목이 달라도 서로 통하는 게 있어요. 태용이는 나와 나눔을 같이한 친구입니다.
1999년 동료 체육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봉사 단체를 만들었어요. 내가 주도했죠. 스포츠를 통해서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태용이도 함께하게 됐습니다. 선수 시절 서로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함께 봉사하자고 제의했고, 태용이가 수락하면서 마음을 나누게 됐죠.
2011년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지낸 체육인들의 모임인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회'가 출범했는데 어려운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단체였습니다. 이곳에도 태용이가 참여했습니다.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함께하다 보니 태용이와는 형, 동생 하는 막역한 사이가 됐어요.
태용이는 정말 열심히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축구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죠. 특별한 일이 없으면 봉사 행사에 항상 참여했습니다. 기부도 많이 했어요. 너무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태용이 성격상 스스로 이런 일을 이야기하진 않았을 거예요.
태용이와 나는 2001년 화장 유언 서약도 했습니다. 우리들의 뜻을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적극적인 동참을 권유해 장묘 문화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서약했습니다. 매장하는 데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어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2003년부터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용이는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 체육학 박사죠. 내가 추천했어요. 아무리 유명한 스타 선수라도 공부해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헤쳐 나가려면 배우라고 했죠. 처음에는 태용이가 바쁘다고 못 한다고 하더니 설득 끝에 경기대로 와서 공부했어요.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예요. 그래도 강의에 잘 나왔어요. 내 수업도 들었죠. 논문을 쓸 때 스스로 자료를 찾고, 설문지를 돌리면서 열심히 하더라고요. 밖에서 본 화려한 태용이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알고 해내는 친구죠. 박사과정을 겪으면서 친한 형인 내게 한 번도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항상 교수님이라고 불렀어요.
태용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선수 때부터 리더십이 좋았어요. K리그에서 최고액 연봉자였지만 팀 리더로서 주장 역할을 잘해 냈습니다. 포용력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받은 사랑과 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선수 때는 자신만 잘하면 됩니다. 지도자는 행정적 능력도 있어야 하고 팀을 위한 조화에도 노력해야 하죠. 포용력이 중요합니다. 선수·코칭스태프·팬·구단 등 모두를 조화시켜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없으면 지도자를 할 수 없습니다. 스타플레이어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이런 부분 때문입니다.
태용이는 스타 출신이지만 지도자로서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용력과 배려 그리고 팀을 위한 조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여요.
가끔 직설적인 말투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를 봤습니다. 내가 봤을 때 태용이는 분명 옳은 말을 했어요. 바른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안 좋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없으면 그런 말도 할 수 없죠. 태용이는 항상 당당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뒤끝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선수와 감독을 떠나 인간 신태용은 의리와 배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의리를 빼곤 태용이를 논할 수 없죠. 배려심도 강해 주변에 사람이 많습니다. 의리와 배려심이 태용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태용이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 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지금 월드컵에 나오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축구의 여건이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2002년 이후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현실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그러면서 기대치는 높아졌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 나가면 무조건 16강, 8강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2002년에 4강 한 번 간 것으로 이런 성과를 기대합니다. 냉정하게 환경과 여건을 고려하면 한국은 절대 4강에 들 수 없습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기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괴리감이 있습니다.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부터 원합니다.
협회의 역할부터 프로 구단, 학원 스포츠 등 모든 부분에서 열악합니다. 스포츠 인프라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축구뿐 아니라 배구 등 한국의 모든 종목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습니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태용이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말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보이고 조화를 이뤄 낸다면, 여기에 국민들의 성원까지 조화가 이뤄지면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겠지요.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태용이와 대표팀에 화풀이하고 있습니다. 높은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고 무조건 비난하죠. 현실을 보지 못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비난만 합니다. 냉혹합니다.
감독과 선수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리가 기다려 주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더 잘해 낼 것입니다.
※장윤창은 한국 배구 레전드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7세 때 한국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고,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0년대 한국 남자 배구의 인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던 최고의 스타로서 첫해 MVP를 거머쥐었고, 4년 연속 인기상을 수상하며 고려증권의 5회 우승을 이끌었다. 2003년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