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홈런은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무려 6105개의 홈런이 나오면서 단일 시즌 기록(종전 2000년 5693개)이 새롭게 작성됐다. 타자들이 발사 각도를 높인 이른바 '플라이볼 혁명'의 결과로 받아들여 졌다. 그렇다면 투수들의 물집 부상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LA 다저스 왼손 투수 리치 힐은 데뷔 시절부터 커브가 주무기다. 위력적인 변화구를 던지지만, 올해까지 3년 연속 물집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팔꿈치 부상으로 판명됐지만 지난 9일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올 시즌 물집 때문에 두 번이나 고생했다. 맷 보우먼(세인트루이스)과 잭 로스컵(콜로라도) 등도 물집 부상 때문에 한 차례 이상 DL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운동학 박사인 메레디스 윌스는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데이빗 프라이스(보스턴)와 브래드 지글러(마이애미)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늘어났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사무국은 두 번에 걸쳐 관련 검사를 했고 '반발력은 공인된 범위 안에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런데 늘어난 투수들의 물집 부상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에 대해 윌스 박스는 최근 '공인구의 실밥이 과거보다 더 두꺼워졌다'고 주장했다.
시간을 2016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힐과 마커스 스트로먼, 애런 산체스(이상 토론토) 등 굵직한 선수들이 이전엔 겪어보지 못한 물집 부상 여파로 DL에 오르며 본인과 팀을 힘들게 했다. 실제 2016년과 2017년에는 물집으로 경기를 뛰지 못한 투수들이 그 전 9년 동안의 빈도수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났음이 나타나기도 했다. 힐은 3년 연속 물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얼마 전 사무국에 보호 밴드를 부착하고 경기에 임하게 해달라고 청원했지만, 거절당했다. 단순히 커브를 많이 던져서 문제가 발생했고, 손가락 피부가 약하거나 그립의 영향이라고 치부했지만, 애초부터 커브가 주무기였던 힐의 계속된 물집 부상은 합리적인 의심을 가능케 한다.
윌스 박사는 2014년까지 사용된 공인구와 2016년 이후 공인구 24개를 구해 달라진 점을 관찰했고, 실밥 굵기의 차이를 발견했다. 윌스 박사에 따르면 최근에 사용된 공인구 실밥은 과거보다 약 9% 정도 두꺼워졌다. 굵어진 실밥은 투수가 손가락으로 공을 채는 데 약간의 유리함을 줄 수 있지만, 손가락의 마찰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당연히 손가락의 마찰도가 올라가면 피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벗겨지는 현상이 나타나 결국은 공을 제대로 던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면서 상처를 입게 된다. 이 굵어진 실밥은 공의 지름에 변화를 주게 되고 공 자체가 끄는 힘(모든 물체는 당기는 힘이 존재한다는 물리 법칙을 인용)이 과거보다 약해져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만드는 롤링스는 공을 제작하는 재료상의 변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을 만들고 제공하는 회사가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관련 내용을 알 수 없다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두 번이나 공인된 기관에 리서치를 맡겼고, 반발력에 이상이 없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물론 사무국이 모든 '음모론'에 일일이 대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하듯 사무국이 관리하는 공인구도 확실한 척도가 제공돼야 한다. 이는 팬들에 대한 도리이고 사무국 자체가 신뢰를 잃지 않는 길이다. '우리가 알아서 관리를 잘하니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것은 최근 흐름에 맞지 않는다.
야구에서 기록이 소중한 이유는 그 기록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 때문일 것이다. 그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어떤 각도에서든 공정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제시된 공인구에 대한 의문점 역시 진지한 태도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소중한 팬들과 선수 그리고 위대한 기록을 보호하기 위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