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솜방망이 제재가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프로야구를 뒤흔든 넥센발 '뒷돈 파문'은 진행형이다.
KBO는 28일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 관련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심의 내용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넥센에 제재금 5000만원을 부과했다. 관련 8개 구단도 2000만원을 부과했다. 넥센은 존립 여부까지 논란이 됐다. 그러나 징계 수위는 물의를 일으킨 몇몇 선수보다도 약했다.
지난달 말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넥센이 2009년 12월부터 진행한 트레이드 23건 가운데 12건이 현금 거래를 허위 신고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적발됐다. SK를 제외한 8구단이 가담했다. 넥센이 뒷주머리로 챙긴 돈은 무려 131억 5000만원이다. 어둠 속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거짓말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KBO는 5월 29일 특조위를 구성했다. 편법을 주도한 넥센, 공조한 8구단, 방임한 KBO 모두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징계 수위와 조사 결과 발표에 관심이 집중됐다.
가장 큰 관심사는 넥센에 대한 KBO의 조치다. 이미 수차례 리그 품위에 손상을 입혔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최근엔 소속 선수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았다. 모기업 지원 없이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 이면엔 위법과 편법이 만연했다. 강도 높은 징계로 '클린 베이스볼'을 실현하는 본보기가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제재금 5000만원 뿐이다. KBO는 "양 구단의 이해관계상 현금 부분을 축소 또는 미신고한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해당 금액이 특정 개인의 이익이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지급된 것이 아닌 회계 처리상 정상적인 거래였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개인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을 구단으로 한정했다. 이미 법적 판단을 받은 이장석 대표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부당한 계약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무기실격 처분을 내렸다.
KBO는 이 사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편취한 돈을 구단 운영자금에 썼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부여함 셈이다. 공범인 8구단에 부여한 제재금은 그저 신고에 불성실했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총 3건으로 41억원을 몰래 건넨 롯데와 이택근과 박병호를 보낼 때 총 28억원을 허위·누락 신고한 LG, 넥센의 으뜸 고객들도 다른 구단과 같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불법적인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클린 베이스볼에 위배되는 관행이 십 수년 째 이어졌다. 일벌백계해 모범 사례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최악의 전례를 만들었다. 전력 보강이 필요한 구단이 과연 2000만원을 두려워할까. KBO는 "모든 계약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면계약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야구규약과 각종 계약서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위반하면 계약 무효는 물론 지명권 박탈·제재금,·임직원 직무 정지 등 보다 강력한 징계 조항도 규약에 명확하게 신설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입장은 그저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각오일 뿐이다. 검찰 조사가 동반됐고, 이장석 전 대표를 면회까지 하면서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린 결론은 그야말로 용두사미였다.
환수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KBO는 NC에 강윤구를 보내며 받은 1억원, 윤석민을 KT에 내주고 받은 5억원은 이미 야구 발전기금으로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이 사태가 최초 발각된 시점에서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뒤늦게 다른 구단들이 신고한 뒤 확인된 금액은 너무 많았다. 넥센의 변제 능력도 감안해야 했다.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정금조 KBO 사무차장보는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먼저 파악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답변도 이해하기 어렵다. 장윤호 총장은 "앞서 환수하기로 한 6억원은 특별 제재금이다"고 했다. 나머지 금액은 신고를 준수한 것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자진 신고로 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 언론, 팬이 모두 안다. 사실상 환수 계획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KBO는 그저 해당 구단들이 관련 사안을 인정했고, 개인이 돈을 착복하지 않은, 법인 사이 정상 거래였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현재 규약에 개선 필요성만 강조하는 회피적인 입장을 전했다. "현재 이런 상황에서 세밀하게 징계 내용을 판단할 규약이 없다"며 말이다. 이번 사안은 총재 권한으로 특례조항이 발휘됐고 향후 개선하겠다는 입장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