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거북이처럼 빠르고 강하다' 음바페, 아트사커 이끄는 고속 엔진


1일(한국시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러시아월드컵 16강전. 후반 18분 프랑스 블레이즈 마투이디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페널티박스 왼쪽에 떨어지자 한 선수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볼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수비수 둘을 제치고는 가볍게 골문에 밀어 넣었다. 번개같은 움직임은 4분 뒤 카잔 아레나를 다시 한 번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프랑스 역습 상황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기 시작한 그는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올리비앵 지루의 패스를 받아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재차 골망을 갈랐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리고 팀에 4-3 승리를 안긴 결승골이다.

프랑스의 8강행을 이끈 주인공은 막내 킬리앙 음바페(19)다. 1998년 12월 20일생인 음바페는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1958년 대회(스웨덴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에서 2골 이상 터뜨린 10대 선수가 됐다. 지난 22일 조별리그 페루전에선 월드컵 첫 골을 넣으며 프랑스 역대 최연소 월드컵 골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연합뉴스
 


음바페는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전설의 골잡이 티에리 앙리(현 벨기에 대표팀 코치)의 '업그레이드판'으로 불린다. 음바페는 2013년에 AS모나코 유스팀에 입단했다. 모나코는 앙리가 1994년 데뷔했던 팀이다. 음바페는 16세 때인 2015년 모나코 유니폼을 입고 프로 1부 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17세가 된 두 달 뒤엔 골까지 넣었다.

앙리가 갖고 있던 모나코의 역대 최연소 데뷔와 득점 기록을 2년이나 앞당겼다. 2016~2017시즌 21골 16도움(46경기 출전)으로 올린 음바페는 2017년 여름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옮겼다. 당시 이적료는 무려 1억 8000만 유로(약 2300억원). 팀 동료이자 세계적인 슈퍼스타 네이마르(브라질·이적료 약 3000억원)에 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액수였다.

프랑스 대표팀엔 지난해 3월 발탁됐다. 그는 순식간에 50m를 돌파하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느린 '아트사커'를 구사하던 프랑스를 바꿔 놓았다. 에이스 앙투안 그리즈만이 막힐 경우 발이 느린 최전방 공격수 지루까지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던 프랑스는 음바페의 가세 이후 속도감 넘치는 팀으로 변모했다. 음바페는 아르헨티나전 전반 11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빼앗아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60m를 드리블하다 파울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날 프랑스가 넣은 4골은 모두 역습에서 나왔다. 


축구팬들은 음바페가 변화시킨 프랑스 축구를 '패스트 프랑스(Fast France)'라고 부른다. 영국 BBC 해설자이자 전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앨런 시어러는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이라면서 "순발력·볼터치·테크닉·골결정력 모두 완벽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의 팬들이 메시만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한 것도 대단하다"며 배짱을 칭찬했다.
 
음바페의 별명은 미국의 인기 만화 '닌자 거북이'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도나텔로다. 닌자 거북이의 주인공 4명은 모두 10대라는 설정이다. 도나텔로는 이 중 가장 영리한 인물이다. 음바페는 웃는 모습이 도나텔로와 판박이다. PSG 동료들은 음바페가 골을 넣은 기념으로 도나텔로 가면을 선물한 적도 있다. 다니 알베스(PSG)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역시 음바페군,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도나텔로처럼 빨리 움직였다"고 축하를 건넸다.

'제2의 앙리'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광팬이다. 음바페는 어린 시절 방 한쪽 벽면을 수십장의 호날두 사진으로 도배할 만큼 동경했다. 포르투갈이 16강에서 우루과이를 꺾었다. 우상인 호날두와 맞대결이 성사될뻔 했다. '축구 아이돌' 음바페의 등장으로 프랑스 팬들은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꿈꾸고 있다. 음바페는 독일 ARD와 인터뷰에서 "최고의 팀과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재밌는 일'이 일어나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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