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크린의 '뜨거운 여름'은 사실상 8월부터 시작된다. 국내 대형 배급사들은 야심 차게 준비한 텐트폴(Tent Pole) 영화들을 8월 스크린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7월 중순을 통으로 날려 버리는 과감한 선택을 감행한 것. 이에 따라 7월은 '앤트맨과 와스프' '인크레더블2'가 2주씩 나란히 점령하게 됐다.
올여름 시장에 등판하는 충무로 대작은 총 세 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랑(김지운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 인과 연(김용화 감독)' CJ엔터테인먼트 '공작(윤종빈 감독)'이다. 국내 4대 배급사로 꼽히는 쇼박스는 처음으로 '휴업'을 자청했고, NEW는 세 작품에 비해 다소 작은 규모인 '목격자(조규장 감독)'를 마지막 주자로 내보낸다.
전체적인 개봉작 물량은 비슷하지만 사전 화제성과 기대치는 '신과함께- 인과 연'에 쏠려 있다.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영화계 관계자들은 '신과함께- 인과 연' 원톱 체제를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1440만 관객을 이끈 1부 '신과함께- 죄와 벌'이 개봉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신뢰감이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당초 '신과함께- 인과 연'과 쌍벽으로 관심을 끌었던 송강호 주연작 '마약왕(우민호 감독)'의 숨 고르기는 당장 여름 시장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허전함을 남긴다. 겨울 시즌에 대한 기다림이 생긴 만큼 아쉬움은 없지만 그 빈자리는 존재감 있게 느껴지는 것. 특히 지난해 유일했던 1000만 관객 돌파작 주인공 송강호의 2년 연속 여름 시장 정복에 대한 영화팬들의 설렘이 컸다는 것도 한몫한다.
관객들의 선택만 남은 여름 시장은 무엇이 됐든 더 이상 변경 불가다. 각 배급사와 영화들은 현재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다음 레이스를 준비해야 한다. '그다음'이라는 울타리 안에 '마약왕'과 송강호가 버티고 있다. 추석을 넘어 겨울 시장에 벌써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여름에 '신과함께- 인과 연'이 있다면 겨울엔 '마약왕'이 있다. 올 한 해도 수많은 작품과 의미 있는 영화들이 쏟아졌지만 여름과 겨울 영화계를 대표하는 작품은 두 영화가 되지 않을까. 개봉 시기는 물론, 움직임 하나하나가 이슈화되는 영화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 개봉은 대부분 제작 단계부터 지정돼 있는 만큼 어쩌면 눈치 싸움은 겨울 라인업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보다 추석, 추석보다 겨울이 더 셀 것 같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송강호의 존재감이 있다"고 전했다.
또 "'마약왕'의 경우 소재나 분위기가 성인 관객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새 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우민호 감독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던 '내부자들'로 감독판까지 무려 900만 명을 동원한 전례가 있다. 송강호와 의기투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바라보는 눈길이 많다"고 덧붙였다.